기사입력 2017-02-07 22:09:50
기사수정 2017-02-07 22:09:50
헌재, 증인 8명 채택 … 이정미 퇴임 전 결론 가능성 높아 / 이재용 등 기업 총수는 제외 / 소추위 “지나치게 공정성 집착” / 대통령 측, 추가 증인신청 시사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증인 중 절반가량을 채택하면서 이달 중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러나 한 차례 나왔던 핵심 증인들이 포함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증인에서 빠져 이정미 재판관 퇴임(3월13일) 전에 결론이 날 공산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조기 선고’를 견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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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가운데)이 7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헌재는 7일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17명 중 절반에 가까운 8명을 증인석에 앉히기로 결정, 탄핵심판 증인신문은 오는 22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헌재는 이날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한 김기춘(78·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20일 다시 부르기로 했다. 이미 한 차례 출석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재소환할 예정이다.
헌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물론 탄핵 사유와 직접 관계가 없는 수사검사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새 변론기일을 지정하며 일각에서 예상한 ‘2월 말 선고’는 어려워졌다. 헌재가 오는 22일까지 모든 증인신문을 마친 뒤 3월에 재판관 평의에 돌입한다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이전에는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선고는 1∼2주일의 재판관 평의를 거친 뒤 나온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이날 “이제야 이 사건이 탄핵심판처럼 진행이 되는 것 같다”는 말로 그동안 증인신문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앞으로 추가 증인 신청이 없을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며 조기 선고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 본인이 심판정에 직접 나올지는 최종 변론기일이 정해지면 결정하겠다”고 말해 증인신문 종료 후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심리 절차를 지연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은 “헌재가 지나치게 공정성에 집착해 대통령 측의 심리 지연 의도에 말려들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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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체육 분야에서 현 정부가 우선 추진한 정책으로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문화 분야에선 문화융성과 관련한 ‘문화가 있는 날’이나 콘텐츠 관련 분야, 내가 오기 전부터 시행 중이던 ‘문화예술 분야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관련 정책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한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의 인사조치 관련 질문에는 “공무원 임명권 관련 내용은 내 피의사실과 직결돼 있다”며 증언을 모두 거부했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에 관한 직접적 업무 지시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했지만 광의로 보면 청와대가 했다”며 “재단 운영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전화 통화하면서 VIP(박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최씨가 지시를 하면 하루 이틀 후에 안 전 수석에게서 같은 말이 나와 청와대 의중이 실린 것이라고 믿게 됐다”며 “재단 이사회는 ‘껍데기’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순·배민영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