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09 19:42:13
기사수정 2017-02-09 22:02:05
고수익 미끼 장애인 500여명 속여 / 6년간 280여억 챙겨… 피해 늘 듯 / 투자 거부·조직이탈 땐 회유·협박 / 경찰, 총책·조직원 등 36명 검거 / 간부들 범죄단체조직죄 첫 적용
전국 농아인 수백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6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가로챈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총책 김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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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중부경찰서 앞에서 열린 280억원대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피해자가 수화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0∼2016년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을 운영하면서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투자사기 조직 핵심간부들이 가중처벌이 가능한 범죄단체조직죄로 구속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대부분 형편이 어렵고 금융지식도 부족한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전화 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6억원까지 행복팀에 투자했으며, 피해금액은 최대 400억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보호자를 사칭해 농아인들이 대출할 때 금융기관에 동행, 투자금을 송금하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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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 사건 피해자들이 9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중부경찰서 앞에서 사기 조직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투자 사기단은 농아인 500여명을 상대로 고수익 보장과 장애인 복지 혜택 등을 빙자해 280여억원을 가로챘다. 창원=연합뉴스 |
행복팀은 내부에서 ‘제일 높은 분’으로 통한 총책 김씨 밑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전국 조직을 대전팀과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등 4개로 나눠 관리했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대표는 팀원들에게 지시해 농아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화해 김씨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했다.
장애가 있으나 어느 정도 듣고 말하기가 가능한 농아인들로 ‘의사소통팀’을 만들어 금융기관 본인 확인 전화를 대신 받거나 대출 시 동행하는 역할을 했다. 투자자 물색 등 회원들을 관리한 팀원들은 농아인들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하면 4∼5명씩 집이나 직장으로 몰려가 협박하거나 회유했다.
또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충성맹세서를 받거나 ‘대표·팀장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것이다’ 등의 행동강령을 만들기도 했다. 주기적 합숙교육을 실시해 세뇌교육을 하거나 다단계 사기처럼 농아인 투자자 유치를 종용해 조직세를 불렸다. 2000만원 이상 투자자는 자체 심사를 거쳐 ‘팀원’으로 가입시킨 뒤 그 증표로 주홍색 티셔츠를 입혔다.
피해 농아인들은 각종 대출로 인해 매달 높은 이자를 납입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급 전원주택에서 살던 총책 김씨는 수억원대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탔고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
창원=안원준 기자 am33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