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보는세상] 순리대로 겸손하게… 외나무다리 건너기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살을 에는 찬바람이요 봄기운은 저기 멀리 있다. 항일운동의 지역 구심체 역할을 한 아도서숙이란 주민교육기관이 있었던 곳인 경북 영주시 무섬마을에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서천이 합류해 흐르는 물 위로 외나무다리가 서있다. 나무로 정성스레 만든 다리라 멀리서도 손님들이 찾는 곳이다. 물 위에 떠있는 섬처럼 생겨서 붙여진 무섬마을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려면 무엇보다 겸손을 배우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 

먼저 가고 싶다고 앞질러 갈 수도 없고 가기 싫다고 뒤돌아 갈 수도 없다. 건너는 이들은 누구나 차근차근 차례를 지켜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가족들의 모습도 그렇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여름이 가면 가을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올 것이다. 자연도 차례를 지킨다. 거꾸로 가진 않는다. 설이 지났지만 정유년 꽤 남았다. 순리대로 겸손하게 한 해를 가꿔보자.

영주=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