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11 20:28:59
기사수정 2017-02-11 20:28:59
11일 서울 광화문역 한 출구 앞에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장구하(71)씨.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촛불집회에) 나오게 됐다.”
스스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기득권층”이라고 밝힌 장씨는 젊은이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사악한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는 상황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15차까지 열린 촛불집회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노년층을 찾는 게 어렵지 않다. 자식과 손자 세대들이 살아갈 한국 사회가 좀 더 나아진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한국의 보수를 떠받치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간주되는 그들이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분노는 누구보다 뜨겁다. 차가운 날씨에 오랫동안 집회에 참가하는 게 건강에 부담이 되지만 여느 젊은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촛불을 드는 이유다.
임모(67·여)씨는 3차 때부터 빠지지 않고 집회에 나오다 몸살이 나서 지난해 연말 이후 한동안 빠졌다.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광장에 나와있었던 게 힘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쉬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집회에 참석했다. 임씨는 “기성세대로서 이렇게 어수선한 나라를 물려줘서 젊은세대에게 미안한 점이 많다”며 “몸살들고 감기든게 중요한가. 촛불집회에 머릿수를 하나라고 보태려고 할아버지랑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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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황웅성씨는 자식, 손자 세대가 좀 더 나은 사회에서 살기를 바라는 염원을 표현했다. |
황웅성(60)씨도 2주전 감기에 단단히 걸려 일주일 가량을 누워있다 이날 다시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 그는 계속 탄핵기각론이 떠도는 게 불안했다고 한다. 황씨는 “이거 안 되겠다 걱정이 들어 힘 보태러 나왔다. 대통령직이라는 공직을 이용해 자기 친한 사람의 이익을 챙겨줬다는 점이 용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장에 지병을 갖고 있는 조정일(62)씨는 “집에서 TV로 대통령의 뻔한 거짓말을 보고 있으면 더 아프고 답답하다”고 했다. 15번의 집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그는 “(박 대통령측의) 시간끌기 전략에 울화통이 터진다. 몸은 아파도 밖에 나와야 더 마음이 편하다”며 행진 대열로 나아갔다.
글·사진=권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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