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내난동승객 억제 3가지 팁

 

항공법에서 항공안전(aviation safety)과 항공보안(aviation security)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항공안전은 고의가 없는 위험에 대응하는 개념이라면, 항공보안은 고의가 있는 불법적인 방해행위에 대응하는 것이다. 항공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항공안전분야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고, 항공교통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운송수단이 되었다. 국제항공운송인협회(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IATA)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대형사고의 발생비율은 310만편당 1건이고, 2015년 기준 전 세계 35억여명이 3700만편의 안전한 비행을 했다.

항공보안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항공 관련 중대 범죄에 대한 예방과 처벌이 전세계적으로 강화되어 항공기와 연관된 심각한 수준의 위법행위와 이에 따른 사상자는 상당히 감소했다. 그러나 기내난동승객 발생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IATA는 전세계적으로 매주 300여건의 크고 작은 기내난동행위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체 항공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기내난동 발생건수가 미미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기내라는 공간적 특수성은 기내난동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하철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본다면 다른 칸으로 이동하면 되겠지만, 비행기에서는 그럴 수 없어 승객이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난동승객은 심한 경우 비행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억제효과를 위한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1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2건의 기내난동사건이 발생했다. 첫번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발생한 난동사건이고, 두번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샌프란시스코로 오던 비행기(KLM)에서 발생한 난동사건이다. 전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국적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객과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 내 질서를 어지럽힌 사건이다. 후자는 미국국적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무원을 폭행하고 제지하는 남자승무원의 귀를 물어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두 사건 모두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고, 사실관계와 한국과 미국의 사법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무리지만 초기 조사과정만 놓고 보면 두 국가가 기내난동승객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 확연하게 비교된다.

첫번째 사건에서는 만취한 승객을 보호자에게 넘겨 집으로 보냈고, 두번째 사건에선 FBI(미국 연방수사국) 도착직후 체포해 구금되어 있다가 최초재판에서 보석금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처벌의 수위도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 법원이 기내난동승객에 대한 처벌이 미흡했고, 실질적인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내난동승객의 발생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기내난동행위에 대한 의식제고다. 2013년 4월 한 대기업 상무가 승무원을 폭행했던 이른바 '라면상무' 사건 이후로 기내난동행위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점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항공강국에 걸맞은 수준에 이르지 않았고, 지나치게 술에 관대한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기내난동행위는 범죄행위이고, 기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해당 범죄행위는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기내난동행위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더불어 기장의 권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 기내난동행위에 관련한 국제협약인 동경협약(1963년)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86개국이 가입한 보편적인 국제법이다. 동경협약의 주요골자 중 하나가 기장의 권한에 대한 것인데 항공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기내난동행위에 대한 판단은 기장이 하게 되어 있으며, 기장은 감금을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동경협약 제6조). 또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송에 있어 기장과 승무원은 어떠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동경협약 제10조). 따라서 기장의 판단 하에 항공기와 기내의 인명 및 재산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이러한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비행기에 있는 승객도 항공기와 기내의 인명 및 재산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기장의 권한부여가 없어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소송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도 알릴 필요가 있다(동경협약 6조 2항·10조). 지난 2009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미국 디트로이트로 오는 비행기에서 나이지리아 국적 승객이 속옷에 부착된 폭탄에 불을 부치려고 했고, 이를 최초에 목격하여 긴급하게 제압한 것은 네덜란드 국적 승객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내난동 승객으로 피해를 입은 항공사는 해당 승객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하는 것을 권한다. 동경협약을 개정한 2014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는 기내난동승객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국내법상 배상청구권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국제법이지만, 국내법상 항공사가 기내난동승객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아 억제효과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재운 엠브리리들 항공대 교수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