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아가는데 바보의 삶이 최고의 삶”

‘김수환 추기경 8주기’ 다양한 추모 활동
“바보의 삶은 아마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에서 1등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식에서 바보의 삶은 최고의 삶이라고 봅니다.”

바보의 삶은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의 삶을 이르는 말이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아우구스티노·46·사진)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에 얽힌 일화를 들려주며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를 소개했다. 우 신부는 김 추기경의 선종 8주기(16일)를 맞아 추모 미사를 준비하고 모금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2010년 2월 설립된 바보의나눔은 김 추기경의 유지를 이어받아 모금과 나눔 사업을 펼치는 단체다.

‘바보의나눔’은 16일 경기 용인 천주교공원묘원 내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기념 경당에서 추모 미사를 연다. 지난해 ‘바보의나눔’을 통해 모인 성금은 총 69억5700여만원으로, 전년 모금액(67억7000여만원)을 넘었다.

우 신부는 “김 추기경은 살아생전 자신을 ‘바보’라고, 허물 많은 ‘죄인’이라고 하며 하느님 앞에 나아가기 두렵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김 추기경의 이 말은 단순히 겸양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말이 아니었다.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과 진리를 마음속 깊이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는 고백이자 자신에게 내리는 채찍질로 보였다.

우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과 촛불시위를 볼 때면 김 추기경이 더 그립다고 했다. “민주화 시위 당시 명동성당에서는 대학생들이 농성 중이었어요. 그때 추기경님이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직도 이 말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자되더군요.”

우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기 전 병문안을 갔더니 발이 부어있어 수면양말을 신고 계셨다”면서 “날마다 양말이 색깔별로 바뀌기에 ‘추기경님, 양말이 참 화려합니다’라고 했더니 제게 양말 한 켤레를 주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우 신부는 “김 추기경님은 많은 것을 가지신 분은 아니었다”면서 “또 어떤 자리에 있다고 해서 대우받기를 원하기보다 남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우 신부는 바보의나눔에 대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내실을 기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