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17 18:42:36
기사수정 2017-02-17 21:22:12
경영권 전반 수사 확대 ‘신의 한수’ / 재산국외도피 등도 범죄혐의 추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달리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와 삼성 간 뇌물고리를 명확히 밝힌 덕분이다.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주목했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 전체와 연관된 청와대와 삼성 간 부당거래 의혹 전반을 샅샅이 살핀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대가로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합병 찬성을 지시하도록 했다고 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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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자리에 앉으며 천정에 메달린 조명 장치를 바라보고 있다. 자료사진 |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에 합병이 이뤄지는 등 청와대와 삼성 간 대가성 거래 혐의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영장이 기각됐다.
이에 특검팀은 보강수사를 통해 삼성이 합병 이후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적극 관여한 의혹을 집중 파헤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를 심사하면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청와대의 압력으로 그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특검은 공정위 압수수색과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의혹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단서를 확보했다. 특히 추가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은 “권력의 강요를 당한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주장과 달리 청와대와 삼성 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거래 정황을 암시하는 내용이 많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동시에 지난해 9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삼성 측이 우회적인 경로를 통해 최씨 딸 정유라(21)씨에게 값비싼 명마를 사주려고 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혐의와 송금목적을 신고하지 않은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을 추가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