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정철 “먼저 붙잡힌 여성 용의자들 모른다”

경찰 조사서 범행 사실 부인해 / 리, 출근 안해… 위장취업 가능성 / 일본 매체 피습현장 CCTV 공개 / 급습서 범행까지 2.33초 걸려 / “여성용의자들도 독극물 후유증” 김정남 살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리정철(또는 리종철·47·사진)이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사건 실체 규명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리정철 연행 김정남 암살 사건 용의자로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의 리정철(또는 리종철·46·왼쪽 두 번째)이 조사받기 위해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리정철 혐의 전면부인

20일 현지 중문매체 중국보(中國報)에 따르면 리정철은 “나는 암살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정남을 죽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당일 공항에 가지 않았고, 공항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힌 4명의 용의자는 내가 아니다. 현지 경찰에 먼저 붙잡힌 2명의 여성 용의자들도 알지 못한다”고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리정철이 운전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정철이 용의자들이 탑승한 차량의 소유자이고, 현지 회사에 근무하면서 주변 지리에 익숙해 용의자들에게 숙소를 소개하는 등 안내원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리정철이 다른 용의자와는 달리 출국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경찰 체포에 순순히 응한 점도 전형적인 북한 공작원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리정철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일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외국인 근로자 신분이지만 소속 업체에 제대로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위장취업 의혹을 받고 있다. 

피습 당시 재구성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2청사(KLIA 2)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일본 TBS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밝은색 재킷 차림의 김정남이 오전 9시 무인발권기 앞으로 걸어 간 뒤(첫 번째 사진)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에게 독극물 공격을 받고 있다(두 번째 사진). 이어 공항경찰에게 독극물 공격 피해 내용을 설명하며 현기증 증세를 호소한 지(세 번째 사진)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진 김정남이 메디컬 클리닉에서 의료진에 의해 실려나가고 있다(네 번째 사진).
TBS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김정남 독극물 테러 직후 걸어다녀

일본 TBS방송 등은 이날 김정남이 공격을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5분 분량의 공항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김정남은 밝은 색 재킷을 입고 배낭을 오른쪽 어깨에 멘 채 공항으로 들어와 무인발권기 쪽으로 이동했다. 무인발권기 근처에서 여성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인도네시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가와 급습했다. 흰색 티셔츠를 입고 어깨까지 머리를 기른 여성(도안 티 흐엉으로 추정)이 김정남의 등 뒤에서 목 부분을 두 팔로 감싸고 헝겊으로 얼굴을 덮는 데 걸린 시간은 2.33초에 불과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는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이 일본 TBS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김정남이 공항 관계자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TBS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두 여성은 범행 직후 순식간에 현장에서 사라졌으며 김정남은 어리둥절한 자세로 잠시 우두커니 서있기도 했다. 이어 공항 정보센터로 가 상황을 설명한 김정남은 경찰관 2명의 안내를 받아 공항 내 치료시설로 이동했다. 독극물 공격을 받고도 수분 간 걸어다닌 것이다.

한편 중국보에 따르면 여성 용의자들도 독극물로 인해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는 진술을 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김정남에게 장난을 친 뒤에 곧장 몸에서 따갑고 얼얼한 자극적 통증이 생겼다. 그러자 (용의자가) 우리더러 빨리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여성 용의자들이 왜 자신들에게 이런 자극적인 통증이 나타나느냐고 따지자 용의자가 모종의 연고를 건네줬으며, 그걸 계기로 말다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y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