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시간 담은 캔버스… 유한한 인간 삶 아픔 치유

OCI미술관, 내달 9일부터 ‘서윤희展’ 서윤희 작가는 10여년 이상 기억을 새로운 시공간에 새기는 ‘기억의 간격’ 연작에 매달려 온 작가다. 인간 삶의 본질을 시간에 비추어 성찰해 왔다. 작가는 각종 자연물과 약재를 우려낸 염료를 주재료로 한지 위에 공간감을 가진 얼룩을 만들고,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넣는 특유의 작업방식을 보여준다. 몽환적인 추상은 작가가 직접 자연물을 수집하여 끓이거나, 한지를 증기에 수십 번 쪄내는 육체노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신체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윤희 작가의 작품 망중유한(忙中有閑). 오랜 시간의 노동이 배인 작품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저 너머의 무심의 세계에 이를 것만 같다.
3월9일부터 4월22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윤희전은 작가의 최근작을 볼 수 있는 자리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무한한 시공간의 층을 담은 회화 20여점을 비롯하여 퍼포먼스처럼 회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영상 2점, 자연물과 한지, 그리고 시간의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설치까지 선보인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영상작품 ‘기억의 간격-베네치아’는 눈앞에서 작가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 현장감을 선사한다. 아미타불이 극락으로 중생들을 데려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을 현대적으로 차용한 작품도 있다. 웅장한 비정형의 얼룩을 유영하는 작은 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관람객들은 극락세계처럼 욕심도 아픔도 없는 공간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게 된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