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대선 전리품 전락한 특임공관장 제도…청문회 실현되나

차기 정부 도입 가능성 커져… 대통령 ‘정치적 임명’ 개선될 듯 / 대선주자 대부분 도입에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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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특임공관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여론 조사 순위 상위권인 대선 주자 대부분이 제도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국회 견제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제출된 상태다.

21일 세계일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 지사(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이상 정당 의석수 및 이름 가나다 순)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유 의원을 제외한 6명이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등 현행 제도 개선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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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7명 중 6명 청문회 도입 긍정적

특임공관장 제도에 대한 대선 주자의 인식이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이들이 인사권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선 주자들은 특임 공관장 제도에 대해 다양한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특임공관장 임명에도 자신의 대선 공약인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할 뜻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 임명에까지 비선실세가 영향을 미친 것은 국격(國格)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 문제 해결 원칙은 추천-검증-임명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을 담보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인사추천제를 도입해 인사 추천에서부터 결정까지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해외에서 국가 이익을 대변하는 특임공관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며 “특임공관장과 더불어 10대 주요 공관장과 징계 경력이 있는 외교관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10대 주요 공관장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공관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엔 및 4강(미·중·러·일) 외 독일, 영국, 프랑스 주재 대사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 문제를 통해 특임공관장 제도가 얼마나 허점투성이인가 드러났다“고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인사청문회의 원조인 미국은 해외 공관장은 나라의 얼굴이기 때문에 전원이 상원 인준청문회 대상이다. 그래서 문제 인물은 원천 배제된다”고 국회 검증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관장 자격 심사위원회가 외부 압력을 배제한 채 후보자의 능력, 적성,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며 “국회 외교통일위에 대한 특임공관장 후보자 사전 통보제를 신설해 국민적 공론화와 검증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특임공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추가로 현재 모든 공관장이 공관장 활동 보고서를 외교부로 제출하고 있는데 특임공관장의 경우 국회 상임위(외통위)에도 제출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명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활동을 계속 검증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유 의원은 청문회 도입에 대해 “과하다”며 “대통령이 상식적·합리적으로 인사를 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인사 개입이 확인된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제원 기자
◆대선 전리품 전락한 특임공관장 제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특임공관장 유재경 대사 인사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사직마저 비선 실세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일보가 외교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정부 출범 후 임명된 특임공관장 30명 중 외교부·경제관료·국가정보원·군 출신을 제외한 민간 출신 특임공관장 14명 전원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대선 캠프, 대통령직 인수위,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었다. 대통령이 외교 업무 수행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물이나 퇴직 외교관을 보임(補任)한다는 특임공관장 제도가 대선 전리품으로 전락한 것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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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사의 경우 지난해 4월10일 자격 심사가 서면으로 진행되기 전인 3월10일 이미 주재국(미얀마)에 아그레망(외교관 파견 시 상대국에 얻는 사전 동의)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면심사가 요식행위였음을 보여준다. 외교부는 선(先)아그레망-후(後)자격심사에 대해 “공관장 임용 전에 자격심사를 받도록 한 외무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를 납득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낙점할 경우 인사검증이 어려운 특임공관장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외통위원장인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특임공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소위 유재경방지법(인사청문회법·외무공무원법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른정당 정양석 의원도 15일 특임공관장 임용 시 별도의 특임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전체 위원 중 3명을 국회 외통위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의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역대 국회 6차례 법안 발의… 반대론 못넘고 ‘폐기’

특임공관장 제도의 문제점은 역대 국회에서 수차례 지적돼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가 특임공관장 인사에 개입했음이 확인되자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 건 이런 배경 탓이다. 특임공관장에 대한 국회 상임위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의견은 2005년부터 제기됐지만 최종 입법에는 이르지 못했다.

21일 세계일보가 17∼20대 국회 외교통일위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역대 국회에는 특임공관장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특임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 유엔·4강(미·중·러·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재 대사 인사청문 도입 등과 관련한 법안이 6차례 발의됐다. 인사 검증이 허술해 재외공관장으로서 부적절한 인사가 특임공관장으로 임명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이 잇따르자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취지였다.

이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흐름과도 맥을 같이했다.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제도는 대통령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공직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한편 폐쇄적인 고위공무원 임명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차원에서 확대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17대 국회에서 4강 및 유엔 주재 대사 인사청문회법이 처음 발의됐다. 이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반대론자들은 4강 등 주요국 주재 대사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면 다른 공관장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인사청문회가 지체될 경우 해외공관의 외교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논리는 지금도 반대 진영의 핵심 논거다.

18대 국회에서는 유엔·4강·OECD주재 대사에 더해 특임공관장을 포함한 인사청문회법이 발의됐다. 이도 역시 반대 여론에 부딪혀 폐기됐다. 반대 논거에는 기존의 형평성 문제와 임명 지체 시 외교 공백 우려에다 청문회의 정치화 문제가 더해졌다.

19대 국회에서는 4강 주재 대사 청문회법과 함께 특임공관장 자격심사위원회를 설치해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자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번에도 반대 의견에 부딪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특임공관장 인사청문회법이 입법화되지 않은 배경에는 국민보다는 대통령,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탓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인사청문회가 정치싸움의 장으로 변질하면서 청문회 자체에 대한 무용론이 커지면서 특임공관장 인사청문회법이 빛을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