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시 소득심사를 엄격히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2월 도입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5년 14.0%에서 작년 10.8%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된 첫해 은행권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떨어지는 등 '빚 구조조정'에 일정 부분 효험을 봤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0.8% 늘었다. 전년(14.0%)과 비교하면 3.2%포인트 낮은 수치이다.
가계부채 증가 액수를 살펴봐도 2015년 78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8000억원으로 9조4000억원 줄었다.
이미 은행권은 올해 증가율을 6%대로 더 낮추겠다는 목표치를 금감원에 제출한 바 있다.
◆대출 증가율 완화, 가계부채 증가 액수도 9조원 이상 낮아져
앞서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의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불어나자 지난해 2월 수도권부터 시작해 5월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은행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도입 초반 마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계부채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4∼6월 3개월 동안 33조원 넘게 늘었다. 분기 기준 증가폭으로는 2015년 4분기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컸다.
부동산 시장의 ‘반짝' 호황으로 아파트의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은행권의 중도금대출(집단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까지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빠졌었다.
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꺾이기 시작한 때는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이어 11.3 부동산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은 지난해 11월부터다.
◆금리 인상, 부동산시장 위축…가계부채 급증 가능성 ↓
정부는 올해 은행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에서 관리하고, 내년에는 경상(經常) 성장률 수준으로 낮춰 연착륙시킨다는 방침이다.
물론 금융권의 대출 심사 강화가 아니어도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가계부채가 전처럼 급증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해 높아진 은행권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저축은행 등의 문을 두드리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서민들에게 돈을 쉽게 빌려줘 이른바 '부채의 늪'으로 빠뜨리는 게 장기적으로 가계와 국가 경제에 모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
올해 들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본격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는 LTV와 DTI 규제 완화의 연장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LTV와 DTI에 크게 연동되는데, 만약 오는 7월 연장이 확정된다면 가계부채 증가폭이 크게 꺾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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