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이자를 연 5%까지 요구하면서 분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분양이 적체된 단지는 물론이고 분양률이 양호하고, 심지어 전 평형의 계약이 끝난 대형 건설사 아파트 단지도 중도금을 빌려줄 은행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계약자들 역시 중도금 부담이 커져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양시장은 중도금 대출과 이른바 '전(錢)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정부의 가계부채 건전성 확보 방침에 집단대출만 타깃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집단대출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고, 연체율도 지난해 8월 기준 0.38%로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도 부실 위험과 대출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은 뺀 채 규제가 손쉬운 집단대출만 옥죄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나아가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사업자금 마련 등을 위한 수단으로 전용돼 리스크가 커졌다고 항변한다.
집단대출을 조일수록 서민들의 '내집' 마련만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분양업계 중도금 대출과의 전쟁…은행 못 구해 발만 동동
은행권의 중도금 대출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해당 이자는 연 5%의 높은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실제 불과 1년 전만 해도 3%대 초중반이던 중도금 대출금리는 최근 2%포인트가량 더 높아졌다.
건설사들은 이런 정황이다 보니 그나마 대출을 해준다는 은행도 금리를 너무 높게 불러 분양 진행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중도금 대출금리가 높은 탓에 분양 계약자들이 수긍할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거절 당한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약정을 맺고 고금리를 감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시점 대출금리 6% 육박할 수도…입주포기 도미노 사태 벌어지나?
건설업계는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더 치솟으면 아파트 입주시점에는 5% 중후반대까지 높아져 '이자 폭탄'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작년에는 지방의 몇몇 물량을 빼고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로 대거 분양됐는데, 금리 인상에 따라 계약자의 입주 시점에는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분양 계약자들 입장에서도 대출이자가 5%를 초과하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도금 대출 규제가 미분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입주 시점에 대출 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해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 주택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중도금 대출에 대한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하고 있는 만큼 아파트 중도금을 빌리는 게 전처럼 쉽지 않은 실정이다.
중도금 '대출이자 폭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에는 입주물량이 늘어나 공급과잉 부담마저 확대될 처지에 놓여 있다. 과도한 중도금 대출 규제가 주택시장 전반의 침체와 입주 포기 '도미노 사태'로 이어져 오히려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배경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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