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 내주 중 해체… 최지성·장충기 동반사퇴할 듯

사라지는 미래전략실 / 삼성전자 기부 투명성 강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빠르면 다음 주중 해체되고 삼성의 2, 3인자인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상황에서 미래전략실까지 해체되면서 삼성은 당분간 계열사별 CEO와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이 다음달 미래전략실 해체 등 쇄신안을 내놓는다. 삼성 서초 사옥 앞에 삼성 깃발이 내걸려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특검팀이 오는 28일 활동을 종료하면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미 약속한 것이고, 그에 따라 미래전략실 실장과 차장 보직도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삼성 측은 “옷을 벗고 아예 회사를 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미전실 해체를 발표할 때 두 분의 거취도 밝히겠지만, 기존의 다른 사장들처럼 원래 소속이었던 회사에서 상임고문 등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지성 부회장은 2012년 미래전략실로 오기 전까지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고 장충기 사장은 그룹의 대외업무를 총괄했다. 따라서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고문으로, 장 사장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고문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는 임직원 200여명도 대부분 원소속 계열사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부터 계속 미뤄온 사장단 인사와 쇄신안 발표는 좀 더 미뤄질 공산이 크다. 다만 삼성전자는 상반기 신규채용은 예년처럼 3월 중에 진행하는 등 시급한 사안은 각 계열사 상황에 맞춰 진행하기로 했다.

그룹차원의 쇄신안과 별도로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수원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10억원이 넘는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을 낼 때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는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함으로써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자기자본의 0.5%(약 68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서 집행 여부를 결정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나 최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으로 인한 뇌물혐의 논란 등과 같은 사안이 재발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또 앞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을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심의회의’도 신설하기로 했다. 1000만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심의 대상이다. 다음달 24일에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보수한도와 재무제표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애초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실행안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