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25 18:25:12
기사수정 2017-02-25 18:25:12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살기 좋아지지 않았나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4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50~70대 장년층을 중심이 된 ‘제 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태극기 집회’라는 별칭답게 참가자들의 손에는 미니 태극기가 들려있었고, 태극기를 망토 삼아 몸에 두른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올라왔다는 이모(57)씨에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수행,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해 묻자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일을 잘 못해서 경제 지표들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살림살이가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못해진 것은 없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가 살기 힘들었지 않느냐. 지금은 그때보다 낫다”라고 주장했다.
이모씨와 같은 주장은 다른 이들에게서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경기 안양에서 온 장모(62)씨는 “경제 지표는 역대 정권 중 최악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여론 조작을 위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대한민국 경제는 더욱 번창하고 있다. 언론은 박근혜 정부에게 불리한 지표들만 들이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에서 온 고모(47)씨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서민들은 만족해하며 살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하도 비판해대기에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면서 “번창이란 표현은 쓰기 그럴지 몰라도 무역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의 말대로 박근혜 정권 들어 경제는 성장한 걸까. 지난해 12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며 외친 ‘4·7·4(4% 성장·70% 고용률·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공약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한 2013년 이후 3년간 경제성장률 4%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대 성장도 2014년(3.3%) 단 한 번뿐이었다. 2013년엔 2.9%, 2015년은 2.6%였다. 지난해도 2.7%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2.5%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1961년 이후 경제 성장률이 3년 연속 3%를 밑돈 적은 없었다.
고용률 70%도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고용률은 2012년 64.2%에서 올 3분기 66.5%로 2.3%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실업자는 더 늘었다. 2012년 82만명이던 실업자는 지난해에는 98만5000명으로 100만명에 육박했다. 실업률도 3.2%에서 3.6%로 뛰었다.
갈수록 경제지표는 떨어지는 데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왜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걸까. 심리학 용어 중 ‘선택적 노출’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거나 고통을 주거나 위협적인 메시지는 회피하고자 하는 태도를 말한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집회 참가자는 공산주의자” 등의 가짜 뉴스를 연일 찍어내는 극우 성향의 매체를 신뢰한다. 보고 싶은, 마음에 드는 뉴스만 보고자 하는 집단적 방어기제가 작용한 결과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서는 ‘박정희 향수’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 안성에서 온 조모(68)씨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 경제성장은 눈부셨다.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잘 살게 된 것이다”라면서 “그런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선 온 박모(65)씨도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이 힘들게 살던 과거를 어찌 아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 국민이 단결해 일군 게 대한민국이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에 이 정도로 먹고 살게 된 것도 모르고 설치는 젊은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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