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변호사들은 왜 '광장'으로 나왔을까

“탄핵 기각을 믿으면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27일로 잡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기일을 앞두고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73) 변호사와 김평우(72)변호사는 25일 연단에 올라 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와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추최한 ‘14차 태극기집회’에 나온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사기라는 것을 알고 하는 말이냐”며 “요즘 국회의원에 장관까지 나와서 무조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 조선시대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는 우리가 노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장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서석구 변호사. 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헌재에서의 ‘막말논란’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지난 16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강일원 주심 재판관을 향해 “오만하다”, “국회의 편을 들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가 법관들 앞에서 ‘예,예’ 소리만 해야 하나”며 “법관이 높고 국민이 낮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탄핵 사유 하나씩으로는 안 될 것 같으니, 몽땅 섞어 몰았다. 여러 개를 묶어서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은 사기”라며 “처음부터 탄핵소추장을 공개하고 의견 물었어야 했다. 뇌물죄는 말도 안되고 강요죄는 조금 있을 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할 사유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도 이날 김 변호사와 같은 연단에 서서 박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목에 성조기를 두르고 연단에 올라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인용될 것인가, 기각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며 “그것은 오직 하느님만이 안다. 그리고 하느님은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켜주실 분”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인파인 300만 국민이 이 자리에 집결한 것은 탄핵 각하, 기각을 바라는 애국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지난 5일 “소크라테스도 사형선고를 받고 예수도 검증재판에서 십자가를 졌다”며 박 대통령을 예수에 빗대거나 헌재 대심판정에서 태극기를 펼쳐 들어 헌재 직원의 제지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대리인들이 법정 밖에서 이른바 ‘광장 변론’을 펼치며 헌재를 흔드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계산된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판정 안에서 국회를 상대로 맞서는 것보다 아예 헌재를 벗어나 헌재 심판 진행의 불공정성과 적법 절차 위반 등을 부각해 박 대통령 지지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여론전’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재판관 내부의 우호적인 의견을 끌어낼 여지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광장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리인단은 그동안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헌재 안팎에서 재판관들을 압박했다. 지난 22일 16차 변론에서 김 변호사가 1시간30분가량의 법정공세를 이어가고, 조원룡 변호사가 강일원 재판관 기피 신청을,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 변호사가 법리 관련 공방에 치중하는 모양새였다. 이 가운데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앞세운 김 변호사와 보수 성향의 시민들에게 ‘아이돌’급 인기를 얻고 있는 서 변호사가 광장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광장 변론’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법조전문가로서 정확한 사실관계보다는 지지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에 치중하고 있어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헌재가 편파적이다’, ‘승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사법권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의 발언은 오히려 탄핵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