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2-25 22:07:02
기사수정 2017-02-27 23:29:08
광화문으로 한창 인파가 몰려들던 25일 오후 6시, 종로구청 지하에 구청직원과 시민들 50여명이 모였다. “오늘 조를 발표 하겠습니다. 1조 박재형, 권오성...”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고동석 팀장은 도심 집회 청소를 돕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날은 시민 30명과 구청직원 19명이 7개조로 나눠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2시간가량 광화문광장·청계광장 안팎과 헌법재판소·청운동 주민센터 방향 행진로 곳곳에 쓰레기봉투를 설치하고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빌딩 옆 으슥한 곳에 쓰레기봉투 설치해 주세요”
이번 봉사활동에 13번이나 참여한 박재형(61)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향하며 인도에서 빠지는 골목길을 특히 강조했다. 박씨는 “길가에는 쓰레기를 잘 버리지 않지만 빌딩 옆으로 빠지는 길이나 기둥 아래에 종종 쓰레기 버린다”며 “취약 지점과 도로변 위주로 쓰레기봉투를 설치해, 환경 미화원들이 좀 더 수월하게 봉투를 수거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광화문 길 곳곳에는 100L짜리 쓰레기봉투 50여장이 배치됐다. 박씨는 “쓰레기봉투만 설치하면 시민들이 알아서 쓰레기봉투나 그 인근에 버려주는 덕분에 집회 끝나면 빨리 정리가 된다”며 뿌듯해했다.
집회가 벌어지는 광화문은 광장을 기준으로 서쪽은 5조, 동쪽은 6조가 맡았다.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광화문 광장에는 총 20명의 봉사자가 투입됐다. 직접 집회에 모인 시민들에게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광장 인근 가로수 등에 쓰레기봉투를 배치해 자발적인 쓰레기 수거를 유도했다.
이날은 쓰레기가 많아 가져간 100장의 쓰레기봉투를 1시간 만에 모두 소진해 60장을 추가로 더 가져와야 했다. 특히 기자회견을 비롯한 사전행사가 여러 차례 열렸던 세종문화회관 부근은 유인물들과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종로구청 고종석 생활폐기물관리팀장은 “가족단위로 온 시민들은 쓰레기를 알아서 가져가지만 단체에서 온 사람들이 그 자리에 쓰레기를 두고가는 경우가 많다”며 힘든 점을 토로했다.
일부 노점상들은 쓰레기봉투 값을 아끼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갖고 온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투기하고 있었다. 홍미영(47·여)씨는 “집회가 계속되다보니 우리가 쓰레기봉투를 설치하는 것을 알고 얌체 노점상들이 기다렸다가 쓰레기를 버린다”며 아쉬워했다.
봉사자들의 연령은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처음 참석한 사람부터 10회 넘게 참석한 사람들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처음 자원봉사에 참여한 임채은(20·여)씨는 “행사가 끝나고 매번 광장이 깨끗하게 치워지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 해줬기 때문인 걸 처음 알았다”며 봉사에 참여해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4차 집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더불어 대한민국 봉사단’의 이현선(40·여)씨는 “집회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누구나 참석하는 광장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려고 쓰레기 청소에 나섰다”며 “오히려 청소하는 우리를 보고 시민들이 음료를 건네거나 미안해하면서 쓰레기도 함부로 못 버린다”고 말했다.
봉사자를 관리하는 이병대 주무관은 “많을 때 70명까지 자원봉사자들이 왔다”며 “전에는 구청 직원들 100여명이 동원돼 새벽까지 일했지만, 지금은 쓰레기봉투 설치하는 봉사자들과, 직접 쓰레기봉투 가져가서 광장에서 쓰레기 수거하는 분들 덕분에 적은 인원이 더 빨리 광장 정리를 마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정종일(56)씨는 “집회가 거듭될수록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수거하는 시민들도 많아지고 자원봉사자들이 매번 쓰레기봉투를 설치해준다”며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감사를 전했다.
안승진·이창훈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