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04 15:00:00
기사수정 2017-03-04 14:21:40
트럼프 언행 등 막후 조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사진). 그는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챙긴다.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아버지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직전 워싱턴으로 이사했다. 백악관 선임고문인 남편 쿠슈너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믿음직한 큰딸로 아버지 곁을 지킨다. 때로는 실질적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한다.
이방카는 지난 2월 중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을 찾았을 때 백악관 안주인 대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이방카가 곁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공식 일정을 수행하거나 외국 귀빈을 만날 때 카메라에 잡히는 이방카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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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하는 아베(왼쪽)와 트럼프. 뒤에는 트럼프 장녀 이방카(오른쪽)과 사위 쿠슈너. |
정통파 정치인과 아웃사이더, 군인과 월가의 최고경영자(CEO)로 경쟁체제를 구축한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방카의 위상은 눈에 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과정에서도 이방카의 역할이 도드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한 다음날인 1일(현지시간)부터 미 언론은 이방카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폭스뉴스와 CNN방송 등이 백악관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전한 내용은 이랬다. 이방카는 합동연설을 앞둔 아버지에게 종전보다 더 신중하면서도 덜 호전적인 말투로 임해달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국정연설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진 백악관 회의에서 최고통치권자로서 성품이 부적합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이 같은 연설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즉흥적인 연설 유혹을 떨쳐버리고 연습을 거듭했다. 유급 출산휴가와 어린이 건강보험 혜택을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의사당에서는 박수가 잇따랐다. 연설은 성공적이었다. 연설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했다. 언론은 높은 평가를 내렸고, 여론조사 결과도 호의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숱한 반대를 뒤로하고 이방카를 워싱턴으로 불어들인 자신의 결정과 이방카의 조언이 빛을 발휘했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방카를 적극 엄호해 왔다. 이방카의 의류 브랜드 퇴출 소식을 듣고 딸의 역성을 든 트윗을 남긴 게 단적인 사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방카의 의류 브랜드 퇴출을 결정하자 “이방카가 매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며 “끔찍하다”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방카는 위대한 사람이며 언제나 내가 옳은 일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일반 가정에서도 쉽지 않을 ‘딸바보’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버지의 편애에 가까운 ‘이방카 사랑’을 언론과 야당은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미국 역사에 퍼스트도터(대통령 딸)가 국정 현장을 챙긴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친인척의 권력 남용과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도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열린 자세를 보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챙기는 이방카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이념적 성과가 아닌 아버지 자체의 성공을 바라는 이방카의 조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보수·극우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눈길도 있다. 이방카는 1981년 뉴욕 맨해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째 부인 이바나 사이에서 맏딸로 태어났다. 2009년 유대계인 쿠슈너와 결혼해 2남 1녀를 뒀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