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김기춘·우병우… 박영수와 '인연'에서 '악연'으로

'절친' 황교안 수사기간 연장 거부, '옛 부하' 우병우 구속영장 청구 / 구속된 '옛 상사' 김기춘 측 변호인 '구속돼야 할 사람은 박영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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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6일) 오후 2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모든 활동을 종료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90일 동안 수사를 이끈 박영수(65·사진) 특별검사에 대중의 이목이 쏠린다.
 
박 특검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 동성고와 서울대 문리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법대가 아닌 종교학을 전공했기에 지난해 특검 임명 직후 그가 “최순실씨 부친 최태민씨의 유사종교 의혹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을 때 예사롭게 들이지 않았다. 사법연수원(10기) 수료 후 검사로 임명된 그는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 등을 지내며 ‘강력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김대중정부 들어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으로 잠시 ‘외도’를 경험한 그는 2003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특수통’으로 새롭게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검사장 승진 후에는 서울고검 차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대전고검장 등을 역임하고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엔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과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했다. 이번에 특검으로서 삼성그룹까지 수사했으니 재계서열 5위 안의 주요 대기업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 간 셈이다. 덕분에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별명도 얻었다.

2008년 10월 대검찰청이 검찰 창설 60주년을 기념해 ‘검찰 20대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엔 오대양 집단 변사사건, SK 분식회계 사건, 대우 분식회계 사건이 포함됐다. 퇴임식 당일 “검찰 60주년을 기념해 선정된 20대 사건에 제가 담당하거나 지휘하였던 사건이 3건이나 선정되는 행운도 있었다”고 말했을 만큼 자부심을 갖는 대목이다. 비록 현직 검사 신분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이끈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은 그가 담당한 4번째 대형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듯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기에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4월 중수부가 폐지될 때 검찰 원로 자격으로 기념행사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 등 후배 검사들로 채워진 검찰 지휘부 앞에서 “중수부가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폐지된다는 것은 안타깝고 걱정된다”는 고별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30년 가까운 검사 생활 동안 쌓은 인맥도 만만찮다. 황교안 현 대통령 권한대행은 2003∼2004년 그가 부산동부지청장으로 일할 때 바로 밑의 차장검사로 데리고 일하며 절친하게 지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도 검찰 재직 시절 그가 무척 아낀 후배 검사들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1989년 그가 5공 비리 수사에 참여했을 당시 직속상관인 검찰총장으로 모시고 일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이번에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도움 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수사기간 연장 신청도 불승인함으로써 박 특검과 단단히 척을 졌다. 김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특검에 구속됐다. 우 전 수석도 특검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돼 가까스로 구속은 피했으나 이제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옛 인연이 무색하게 박 특검은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구속될 것”이라고 우 전 수석 입장에선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재계서열 1위 그룹 총수와 현직 장관 등을 구속한 눈부신 성과로 박 특검은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를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 만약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생긴다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한다.

그러나 특검에 구속된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첫 공판에서 “구속돼야 할 사람은 박영수 특검”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향한 반격도 본격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친박 핵심 의원들은 그를 지목해 “탄핵이 기각되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떠든다. ‘시대의 검객’ 박영수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