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영향주려고 늦게 발표" 특검 "오해 없애려 간략히"

친박단체 브리핑실 난입 첩보…경찰 300여명 배치 / “아쉽게 소망 다 이루지 못했다” / 朴특검, 발표하다 눈시울 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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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6일 오후 1시 58분쯤 한 카메라 기자가 외치자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14층 브리핑실에 앉아 있던 취재진의 눈이 일제히 출입구로 향했다. 브리핑실은 오후 1시쯤부터 취재진이 300명 가까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순간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가 소나기처럼 퍼붓는 카메라 플래시를 온몸으로 맞으며 성큼성큼 들어섰다. 한 손에는 수사팀이 지난 90일간 밤낮없이 수사한 결과물의 요약자료가 담긴 파일이 들려있었다. 박충근·이용복·양재식·이규철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 어방용 수사지원단장이 뒤따랐다.


특검 수사 시작 후 처음으로 마이크 앞에 선 박 특검은 수사결과 보고가 늦어진 이유부터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측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을 일축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얼마 전부터 특검팀을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특검팀이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고 고의로 수사결과 발표를 늦췄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 “특검은 이재용·최순실에 대한 기소 절차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이관해야 하는 업무량이 과다해 (지난달 28일 1차)수사 만료일에 맞춰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2차)수사 기간 연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1차 기간 만료일 하루 전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승인 결정이 내려졌다”며 “결과 발표 및 청와대와 국회 보고 준비를 위해서 그동안의 결과를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덧붙였다.


돌발 사태 대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6일 경찰이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주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대 등의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어 박 특검은 “(특검을 향한 국민의) 소망을 다 이루지 못해 죄송하고 뜨거운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린다”며 소회를 밝힌 뒤 10분가량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전에 취재진에 배포된 수사결과 보고서는 99쪽에 달했다.

발표를 짧게 끝낸 박 특검이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뜨자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양해를 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집회에 나선 친박단체 회원들이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그는 “최종 수사결과 발표는 대국민 보고 의무 일환으로서 수사결과 발표가 아주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탄핵이라든지 주변 상황 등으로 인해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서 오늘 최대한 간략하게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일부 보수성향 단체 회원들의 브리핑실 난입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사복 경찰과 의경들을 배치해 박 특검을 보호하고 취재진 등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발표하는 朴특검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많은 기자가 몰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를 취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앞서 오전 9시15분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공습경보발령’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오늘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단다. 특검 사무실로 태극기 애국세력이 쳐들어 가는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특검 사무실 주변에도 평소의 2배에 달하는 4개 중대 3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박 대통령 지지 단체 회원들은 오후 1시쯤부터 특검 사무실 앞에 군가를 틀어놓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영수를 구속하라”, “박영수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특검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의 벽에 막혔고 모두 오후 3시쯤 해산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