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07 20:40:43
기사수정 2017-03-07 22:17:11
90여일간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파면되고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나, 탄핵을 기각하면 곧바로 박 대통령이 권좌에 복귀한다. 애초 헌재가 7일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확정해 공표하리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헌재는 선고기일 지정을 8일 이후로 미뤘다.
◆대통령 측 압박 의식? 재판관들 간 격론?
헌재는 이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 8명이 오후 3시부터 평의를 열어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재판관들은 유일한 선례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참고해 선고 당일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에는 선고일(5월14일) 사흘 전애 최종 선고일자를 확정했다.
하지만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평의가 종료한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최종 선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고기일 발표가 8일 이후로 미뤄지면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박 대통령 측이 이날 “선고기일 졸속 지정은 안된다”며 헌재를 압박한 것으로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은 앞서 헌재에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를 신청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8인 체제’의 헌재가 내린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판관 9명 구성이 완성될 때까지 변론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관들 의견이 크게 엇갈려 원만한 결론 도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선고기일은 결론이 내려진 직후 지정해 당사자들한테 통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여부에 관한 결론이 안 난 상황에서 덜컥 선고기일부터 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각에선 ‘탄핵 인용 대 기각 대 각하가 4 대 2 대 2로 갈렸다’는 소문이 유포되고 있기도 하다.
◆“10일 결정 선고할 가능성 여전히 유효”
선고기일 지정은 미뤄졌으나 헌재가 오는 10일 또는 13일 결정을 선고하리란 예측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박한철 전 헌재소장 시절인 2014년 옛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을 선고하며 선고일(12월19일) 이틀 전에 최종 선고일자를 확정해 공표한 전례가 있다. 헌재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이 권한대행 퇴임 전 선고가 이뤄진다는 헌재의 의지가 변함없다”며 “외부 억측을 최소화하고 원활한 선고 진행을 준비하려면 적당한 시점에 선고기일을 확정해 공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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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지난달 7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13일은 이 권한대행의 임기만료 퇴임식이 열리는 날인 만큼 10일 선고 가능성이 여전히 유력하게 점쳐지나 헌재 안팎에선 ‘13일 선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재판관들은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13일 오전 선고를 진행하고, 오후에 퇴임식을 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인용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8대0, 7대1, 6대2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그동안 머물고 있던 청와대 관저를 정리하고, 삼성동 사저 등 청와대 밖의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재판관 3명 이상이 반대하면 탄핵은 기각된다. 3대5, 4대4 등 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지됐던 직무에 즉각 복귀하게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파면되면 해당 선고일을 기준으로 바로 대선 체제로 전환된다. 선고일 다음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헌재가 10일 선고하게되면 4월 말부터 5월7일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를 피해 60일째 되는 날인 5월9일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13일 선고시에는 수요일인 5월10일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