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대통령은 없는 데 비서실은 존재하는 '모순', 초유의 일로 뒤죽박죽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경호요원들은 앞으로 두달여 동안 할일이 없게 됐다.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직후 곧장 '전직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와 동시에 청와대 주인 자리는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는 두달여 동안 비게 됐다.

◇ 대통령은 없는 데 비서실은 존재의 모순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부 각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과 청와대 비서실 업무를 위해 채용된 별정직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으며 신분이 보장된다.

대통령직이 정상적으로 인수인계될 경우에는 대통령 퇴임과 함께 비서실 직원도 각자 자리로 돌아가거나 계속 근무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통령이 해임 또는 중도 사퇴할 경우 애매하다.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의 경우에도 본인이 사표를 내지 않는다면 다음 대통령이 올 때까지 자리에 있을 수 있다.

비서실 고위직의 경우 도리상 자리엣어 물러날 것이지만 파견 공무원 등은 어쩔 수 없이 다음 대통령이 와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청와대로 출근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발령권을 동원할 수 있지만 전례가 없고 차기 대통령측과의 인수인계 업무 등이 있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 경호실은 실장 등 고위직 자진사퇴 가능성, 나머진 출퇴근

대통령 경호실 역시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

대통령이 없는 마당에 딱히 해야할 일은 없다. 다만 권한대행의 경호에 치중할 뿐이다.

경호실장 등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들은 자리를 내놓을 것이지만 경호요원들은 신분이 보장되기에 다음 대통령을 기다려야 한다.

경호실 체제가 개편되는 등의 변동이 있다면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 탄핵 계기로 대통령 임기시작 시점, 비서실 해체 시점 등 명확하고 실제적 규정 재정립 필요

비서실 직원 등이 두달여 빙빙 돌 수 밖에 없는 것은 대통령 탄핵이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대통령 권한 인수인계 시점, 비서실 구성 및 해체 시점 등에 관해 명확하게 정의해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통령 임기시작 시점이다.

지난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공포된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전임 대통령 임기만료일 다음 날 0시부터 개시된다'고 돼 있다.

이를 엄격히 이행하려면 전현직 대통령은 자정을 기해 이사짐을 싸고 풀어야 한다.

지금까진 새 대통령은 취임식(오전 11시부터)후 청와대로 들어가곤 했다.

따라서 취임식 전까지 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고 새 대통령은 사저에 머물러 실제적으로 전권을 인계받았다고 보기가 애매하다.

미국 등 상당수 국가는 취임식이 열리는 시점을 대통령 임기 시작으로 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선서를 마친 직후인 정오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이를 의식해 우리 정치권도 '대통령 임기 시작 시점을 자정에서 취임선서 시점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더불어 대통령 비서실도 비서실장 등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차관급 구성원이라도 퇴직 시점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있는 사람도 국고를 축낸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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