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0 16:11:08
기사수정 2017-03-10 16:12:58
“촛불이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촛불 승리’에 환호한 시민들 / ‘촛불 민심’이 현직 대통령 파면 이끌어내 / “박근혜 구속” 외치며 청와대 방면 행진 /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오열’
“이겼다! 촛불이 이겼다! 국민이 이겼다!”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숨죽인 채 지켜보던 시민들은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같이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4개월여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토요일 광장에서 분출된 ‘촛불 민심’이 현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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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펼쳐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날 오전 일찌감치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집회 장소에 모인 시민 수백 명은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헌재는 탄핵하라”, “박근혜를 감옥으로” 같은 구호를 외치며 선고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오전 11시 선고가 시작됐을 때 인원은 5000여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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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 판결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남제현기자 |
퇴진행동 관계자와 시민들은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 탄핵 인용 결정을 확신하면서도 주문이 나올 때까지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그러나’, ‘그런데’란 접속사를 수차례 사용하고,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말할 때는 여기저기서 “뭐야” 하는 야유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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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펼쳐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선고방송을 시청하다 탄핵 인용이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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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펼쳐진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선고방송을 시청하다 탄핵 인용이 확정되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그러나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란 주문에 거리는 한순간에 축제의 장이 됐다. 퇴진행동 최종진 공동대표는 “그렇게 기다리던 박근혜 없는 봄이 왔다. 헌법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새롭게 부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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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자축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퇴진행동은 박 전 대통령 파면이 “주권자들의 승리”라면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진정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진행동 권영국 법률팀장(변호사)은 “탄핵 소추 사유 5가지 가운데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직책 성실 수행 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권 팀장은 “(이정미 권한대행이) 이 세 가지 사유를 부인부터 한 건 결국 국민들에게 승리를 안겨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과 함께 생중계를 시청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서로 다독이고 부둥켜안으며 끝내 오열하고 말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명권 보호·직책 성실 의무 위반이 탄핵 사유로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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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예은 아빠’ 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도대체 왜 세월호는 (탄핵 사유가)안 되는 거냐. 왜 아이들을 죽였는지 그거 하나만 알려 달라는데, 다른 건 필요 없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제발 알려 주세요”를 수차례 반복하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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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자축 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퇴진행동 집회 참가자 2만명은 낮 12시쯤 청와대와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하고 약 1시간 동안 “박근혜 방 빼라”, “박근혜를 구속하라”며 집회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행진 대오를 향해 박수를 치고 환호하며 박 전 대통령 파면을 자축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