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억누르던 불확실성 해소… 증시 오르고 환율 내려

박근혜 대통령 탄핵 / 금융시장 긍정적 반응 / 국정 컨트롤타워 조기 회복 기대 / 코스피 오전 한때 2100선 돌파 / 원·달러 상승 출발후 0.7원 하락 / 中사드보복·美 금리인상 임박 등 / 한국경제 부담주는 변수는 여전 / 한은총재 “긴장끈 늦추지 말아야”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으로 수개월간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증시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등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6.29포인트(0.30%) 오른 2097.35로 마쳤다. 코스피는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한 우려로 전날보다 0.11% 내린 2088.67로 개장했다. 이날 오전 11시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문을 읽어내려가자 주가는 이 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반복했다. 이 소장이 일부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을 때마다 지수는 하락반전했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이 확정된 오전 11시21분 코스피는 순식간에 2100선을 돌파해 2102.05를 찍었다. 이후 상승분을 다소 반납하긴 했지만 내내 좋은 분위기가 이어져 상승마감했다.

외환시장도 탄핵 결과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2.9원 오른 달러당 1161.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60원대를 기록하기는 1월 31일 이후 38일 만이었다. 선고 결과 발표 후 환율은 차츰 상승폭이 줄어들었고, 전날보다 0.7원 내린 1157.4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나 앞으로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남아있고 대외 리스크(위험)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엄중한 대외 리스크를 고려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일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외 리스크와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됐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이 본격화한 데다 중국과의 마찰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국외 사무소를 연계한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탄핵 인용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환율은 약간 상승하는 정도를 보였다”며 “탄핵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 등은 이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결정으로 조기대선 후 국정 컨트롤타워가 조기에 회복될 여지가 생겼다”며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탄핵 인용이 불확실성 해소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 불확실성은 사라졌지만 이 총재의 진단대로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악재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유통, 화장품 관광, 애니메이션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는 “내수가 안 좋고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한 데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금리 인상 파고가 몰려오고 있다”며 “이런 뇌관들이 한곳에서만 터져도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대선 전까지 정부는 위기관리 중심으로 대응할 텐데 적극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보니 악재나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정부가 중심을 잡고 탄핵 정국 속에서 뒷전으로 밀렸던 경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새로운 리더십이 탄생할 때까지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지, 금리 인상과 사드 문제 등 대외의 복합적 경제위험 요인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지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지켜나가야 하고, 정치적 독립성을 견지하면서 시장에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조병욱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