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0 19:22:49
기사수정 2017-03-10 20:48:23
‘공범’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칠까 / 검찰이 기소할 때 적용한 혐의 / 헌재에서 대부분 사실로 인정 / 박 前 대통령 수사 결과에 관심 / 뇌물수수 기소 땐 충격파 클 듯 / 국정농단 최순실 유죄 가능성 / 崔, 탄핵소식 듣고 물 벌컥벌컥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사들 재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하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박 전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은 서울중앙지법의 두 재판부에서 진행 중이다. 검찰이 기소한 비선실세 최순실(61·〃)씨,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국정농단 사건 핵심 주역들은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이 기소한 이 부회장과 최지성(66) 부회장 등 삼성 뇌물공여 사건 피고인들은 형사33부(부장판사 이영훈)에서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됐다.
이날 헌재는 검찰이 최씨 등을 기소할 때 적용한 주요 혐의들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유무죄 결정은 법원이 하는 것이지만 헌재 재판관 8명 중 7명은 20년 넘게 법원에 재직한 판사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한 직권남용 혐의, 박 전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최씨에게 국가기밀을 건넨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이 헌재에서 사실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최씨는 검찰이 기소한 혐의만큼은 1심에서 유죄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도중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소식을 듣고 속이 타는 듯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앞으로 진행될 형사재판의 결과와 헌재의 사실 인정이 다를 경우 문제점이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들은 상대적으로 헌재 결정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특검 수사결과가 포함되지 않았고 헌재 재판관들도 특검 수사결과를 단순히 참고자료로만 활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는지 여부는 이번 탄핵심판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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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후회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한 10일 최순실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끝없이 회오(悔悟·잘못을 뉘우침)한다”며 “책임을 감수하고 박 전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죄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하지만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재판은 탄핵 결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법원은 특검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수뢰자’인 박 전 대통령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여자’인 이 부회장부터 구속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에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나란히 추진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특검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민간인 신분이 된 박 전 대통령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삼성에서 청탁이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 “삼성과 부당한 거래가 일부 있었다”고 시인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도 유죄 선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