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2 20:46:21
기사수정 2017-03-12 20:46:20
최대 물량 준비한 건설사들 고민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 파면에 의한 대통령 궐위 상황과 이에 따른 봄철 대선 정국 도래로 부동산 시장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봄 성수기를 맞아 물량을 쏟아내려던 건설사들은 조기 대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양 시기 조정을 고려하고, 실수요자와 투자자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시장 불확실성에 고민하는 모습이다.
1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6월까지 4달간 전국에서 분양이 예정된 물량은 15만9000여가구에 달한다. 하반기에 예정된 13만가구보다 많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청약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 위축이 우려되면서 건설사들이 최대한 분양 시기를 당긴 탓이다. 월별로는 3월 3만243가구에 이어 4월 6만962가구로 정점을 찍고, 5월과 6월은 각각 3만696가구, 3만7153가구씩이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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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 평택시에 오픈한 고덕신도시 최초의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에 관람객이 몰려 있다. 경기도시공사 제공 |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4월에 최대 물량을 예정해 놓았던 건설사들은 실제 대통령 파면이 현실화하자 분양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지난 세 달여간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국론이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로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의 임원은 “여야 대립으로 대선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확실히 수요자 관심을 끌 수 있는 단지 위주로 사업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어떤 주택·부동산 공약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4년 내내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던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폐기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주요 대선 후보군이 부양책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규제 위주의 정책에 더 주안점을 둔 공약을 대거 쏟아낸다면 시장 위축 가속화는 피할 길이 없다. 이 밖에도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추후 금리 인상 속도 증가, 또 내년으로 예정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 등 주택 시장을 강타할 악재는 수두룩하다.
3월 성수기를 맞아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부동산114조사를 보면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0.25%나 올랐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후 매주 상승폭을 줄여 지난 10일엔 0.11%로 반토막났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