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다시 시작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국민… 통합 리더십으로 새 역사 쓰자"

〈상〉 전문가 20인 제언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에도 대한민국 국정 시계는 돌아간다. 탄핵 갈등과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내우외환을 극복할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새 출발을 위해 각계 전문가 20인의 제언을 들어봤다.

“보수·진보도, 촛불·태극기도 없다. 대한민국 국민만 있을 뿐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는 ‘법치’의 엄정함을 보여줬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제 정치권이 헌재의 바통을 이어받아 질서 있는 국정 수습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열쇳말은 ‘통합’과 ‘협치’였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되느냐는 차기 리더십을 뽑는 60일에 달려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을 읽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정치외교학)는 12일 “정치권이 지지자들의 과열을 대선 전략으로 이용하지 말고 사회적 안정을 도모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달아오른 여론을 자제시키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국대 가상준 분쟁해결연구센터장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통합”이라고 못박았다.

‘통합’이 단일한 목소리를 강요하는 ‘동화’가 돼선 안 된다는 주문도 나왔다. 서강대 전상진 교수(사회학)는 “통합은 서로 다른 의견, 양심,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인정하고 공동의 가치를 위해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서로의 차이를 큰 틀에서 수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자기와 다른 의견을 배타시하는 이중적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여러가지 철학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수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유의 대통령 부재사태를 맞은 정부나 여·야가 없는 다당체제의 정치권은 협력 시스템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고려대 임혁백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다당제 구도에서 권력분점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며 “60일간 혼란이 없으려면 협치정신을 반영한 ‘5당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 지도자들이 협의를 통해 과도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황 대행이나 장관들은 무조건 국회와 협조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사회학)는 “‘초당적 협력’이라는 말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면서 “(선거가 치러지는) 두 달간 정쟁을 중단하고 오로지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뜻을 모을 것이라는 초당적 선언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특히 외치, 외교 사안에 대해 5당의 초당적 협력 선언은 국제사회에 단일한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서·박영준·박진영·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