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대통령도 거짓말은 한다… 종착역이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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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 모든 대통령도 거짓말을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좋은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재임 중에 다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이 이 지경이니 일반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다. 유권자 앞에서 숱하게 거짓말을 한다. 미 텍사스 주립대의 정치학자 로버트 프렌티스는 “정치인은 공개적인 발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것이 기록으로 남아 거짓말이 입증되는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렌티스 교수는 “국민이 정치인의 거짓말에 익숙해져 정치 무대에서 일정 수준의 거짓말은 괜찮다는 통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재 불복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헌재 탄핵 심판 최종 변론 때 법률 대리인을 통해 낸 의견서에서 “개인의 사익을 위해, 특정인의 이익 추구를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가 탄핵 인용의 핵심 사유로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발생 이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1차 담화 당시에 “최순실씨는 지난 대선 때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검 수사를 통해 최씨의 청와대 출입 및 연설문 간섭 행위가 계속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일 2차 담화에서는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1월 1일 기자 간담회에서는 “완전히 엮은 것입니다. 제가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그 누구를 봐 줄 생각, 이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어요” 라고 했다. 그러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트럼프의 ‘거짓말’ 퍼레이드

지난해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전에서 공화당의 테드 쿠르즈 상원의원은 트럼프를 ‘병적인 거짓말쟁이’ (pathological liar)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50여 일이 지나자 버니 샌더스(무소속) 상원의원이 트럼프를 ‘허언증 환자’라고 공격했다. 정치 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트럼프가 대선 유세 중에 한 발언의 70%가 ‘완전 거짓’, ‘부분적으로 거짓’, ‘과장’ 중 하나에 속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폭탄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무실이 있던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는 300∼500만 명에 달하는 부정 투표로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득표수에서 앞섰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취임식에 100∼150만 명이 참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그 당시 참석자를 25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을 변호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생각하는 사실이 있고, 대통령이 믿는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믿음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는 곡예를 하고 있다.
◆거짓말 대통령의 원조, 닉슨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의회를 탄핵을 받았고, 최종 표결에 앞서 자진 사임했다. 닉슨은 1972년 재임 당시에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사실을 워싱턴 포스트가 폭로하자 이를 ‘3류 절도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알지도 못했다고 발뺌했다. 닉슨은 그 후 측근들과 사건 은폐 모의를 했고, 도청꾼들에게 위증 교사를 시도했으며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이전에도 공작 정치를 일삼았다. 불법 도청은 물론이고, 정적과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기자와 언론사를 대상으로 국세청(IRS)과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뒷조사를 하는 등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했다. 

그러나 닉슨이 물러난 것은 공작 정치 때문이 아니다. 그가 워터게이트 도청 등에 대해 드러내놓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말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물러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한 워싱턴 포스트의 칼 번스타인은 최근 “닉슨보다 트럼프가 더 심각한 거짓말쟁이이다”고 평가했다.

◆위대한 미국 대통령들의 거짓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40년에 “우리의 아들들이 외국의 전쟁에 참전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거짓이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1년 “미국이 쿠바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극비리에 준비하던 쿠바 침공 작전이 탄로나자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6년 “우리가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무기를 제공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이건은 이란에 미사일을 팔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은 ‘진실한 대통령’의 표상이다. 그렇지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링컨’을 보면 그가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이 잘 묘사돼 있다. 그는 흑인 노예를 해방한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흑인과 백인의 동등한 인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