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3 18:58:24
기사수정 2017-03-17 14:14:52
정책 타당·실효성 따져보니
선거 때마다 교육공약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유권자 대부분이 학부모·학생이라서 관심이 높고, 표의 확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장미 대선’을 앞둔 13일 여야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 교육격차 해소, 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대로 한국 교육이 대선 이후 적폐가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교육적폐’가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 5년 임기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탓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요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단기(집권 초반)와 중기(임기 내), 장기(임기 이후)로 나눠 정책 타당성과 실효성을 따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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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국가교육기구 가능할까
교육부 개편은 야권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곧바로 현실화할 공약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모두 국가교육위원회 신설과 교육부 권한·기능 축소를 강하게 내세운다. 이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파동이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논란 등이 청와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 부처의 한계 때문이라고 본다.
초당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가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교육부에는 일부 정책 조정·집행 기능만 맡기자는 게 이들 주장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들도 교육부 ‘기능개편’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국민 여론은 교육부 개편 주장에 우호적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난 1월 성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3%가 ‘교육정책은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교육부 권한 강화’라는 의견은 12.8%에 불과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교육정책은 국민생활 전반이나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며 “금융통화위원회 식의 정치중립적이고 장기적 안목을 갖춘 독립기구 설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다만 “국가 전체 교육의 질이나 지역 간 교육격차 보정을 위한 집행부처는 존속돼야 한다”며 집행부처 폐지에는 부정적이었다.
◆임기 내 ‘교육사다리’ 재건 여부 주목
차기 정부가 임기 내에 가시적인 ‘교육격차 해소’ 성과를 낼지도 관전포인트다.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무상교육 확대와 입시제도 개편으로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사다리’ 재건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만 3∼4세 무상교육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초·중·고교생 전체 대상 교육수당 신설, 문재인 전 대표의 대학생 장학금 확대, 안희정 지사의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등이 대표적 공약이다. 자사고·특목고 폐지(유승민)나 수능의 자격고사화(안철수), 국립대 공동입학·학위제(문재인)와 같은 입시 개편안도 제시됐다.
대체로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취업 성과까지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한 공약들이다. 유아단계부터 대학까지 교육에 국가 책임을 더욱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만 5세·고교 무상교육 공약 파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교육예산은 국가재정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고사화와 국립대 공동입학제 등은 사회적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따라서 정책 입안·집행 과정에서 조정 혹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입시나 사교육비 관련 공약이 실제로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 같은 문제의 근원이 무한경쟁 승자독식 실력사회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책의 일관성·안정성 담보돼야”
전문가들은 학제 개편(안철수)과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문재인), 사교육비 폐지를 위한 국민투표(남경필) 등은 집권세력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정책 집행에 앞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더 효과적인 방법을 놓고 협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2(유)-5(초등)-5(중등)-2(진로직업체험)’ 학제개편안은 필요성과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학)는 최근 안 전 대표 주최 교육 토론회에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진로교육 확대 같은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학제개편이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나 사교육비 철폐 공약 역시 ‘사립 서울대’의 출현이나 또 다른 형태의 개인교습을 양성화해 오히려 교육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까닭에 교육예산 확보와 기초학력 담보 방안, 수월성 교육 등 시급하게 나서야 하는 공약은 정부가 책임지고 실천하되, 입시경쟁 완화나 불평등 해소처럼 교육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제는 범사회적 협의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남기 교수는 “문제의 뿌리가 교육에 있는지, 아니면 사회적·경제적 요인에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제는 정치권력이 짧은 기간에 공약을 만들고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밀어붙이는 시스템을 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송민섭·김주영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