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3 18:34:44
기사수정 2017-03-17 14:10:42
민주당, 영입인사 舌禍로 속앓이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 키즈’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은 지난해 4·13 총선 격전지에서 살아남거나 8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며 맹활약을 펼쳐 왔다. 그러나 정작 대선을 50여일 앞둔 이즈음 문 전 대표에게 신규 영입인사들은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각종 설화로 당 안팎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문 전 대표에게 힘이 아닌 짐이 되는 일이 잦다.
홍보전문가 출신 손혜원 의원이 대표적 예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산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 화를 불렀다. 손 의원은 12일 “고인의 비장했던 심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을 했다”며 문 전 대표 경선캠프(더문캠) 홍보부본부장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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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만 일자리 창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문캠’의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대대적인 고용 창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앞서 문재인 영입인사 1호인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누드화 국회 전시회 주최로 물의를 빚어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직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영입 7호 양향자 최고위원은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를 제기해 온 인권단체 ‘반올림’을 “전문 시위꾼”으로 폄하했다가 논란이 되자 고개를 숙였다.
대선 정국에서 영입한 인사들도 숱한 물의를 빚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더문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악성 노조까지 고려하면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적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과 관련해 이용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 논란을 빚은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2012년 연합뉴스 파업을 초래한 이래운 전 편집국장이 더문캠에 합류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당내에서는 ‘과도한 영입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영입인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나중에 당이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리는 지금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치세력의 무기를 쓸 능력이 있는 개인을 뽑는 중”이라며 “세 규합에만 집중하면 정당정치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더문캠은 논란에는 영입인사 검증 강화와 ‘단칼 처방’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손 전 홍보부본부장의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본인으로 하여금 사과·사퇴하게 해 신속하게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앞서 표 의원 논란 때는 페이스북에 직접 글을 올려 비판했었다. 또 더문캠은 후속 조치 및 기강확립 방안을 강구하라는 문 전 대표 지시에 따라 캠프 인사들이 팟캐스트나 방송에 개별적으로 출연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만일 출연하게 되더라도 발언 내용은 미디어본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그동안 미뤄왔던 출마선언을 이번 주말에 하되 세몰이식 행사는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홈페이지에서 국민 의견을 받아 영상물을 올린다고 한다. 그는 이날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정부 주도 공공 일자리(81만개) 늘리기와 이를 마중물로 한 민간 일자리(50만개) 늘리기인 21세기 한국형 일자리 뉴딜을 제안한다”며 131만 일자리 창출 약속을 재확인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