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지자체장 빈자리 '장미 대선'과 함께 채운다…관심 실종 우려

'
오는 5월 실시될 전망인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같은날 시장과 도지사의 재·보궐선거를 함께 치르는 일이 벌어질 판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의 열풍에 파묻히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지자체장 선거를 둘러싼 유권자 관심이 실종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함께했다.  

◆임기 1년 24일짜리 지자체장 뽑을 수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오는 5월9일까지 19대 대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현역 지자체장의 단체장직 사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대권을 노리고 뛰고 있는 현역 지자체장으로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상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관용 경북지사(이상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바른정당) 등이 있다. 

이들 중 소속정당의 대권 후보로 뽑힌 이는 대선 30일 전까지 단체장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후임은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 이렇게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임기는 겨우 1년을 갓 넘는 만큼 이번 재보궐선거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역 지자체장의 임기는 2018년 6월 3일까지이다. 따라서 새로 선출될 지자체장은 5월10일부터 1년 24일만 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
자유한국당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개정 선거법에 따라 대선, 지자체장 선거 동시 실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날부터 대선일 30일 이전에 자치단체장이 사퇴 또는 직위를 상실하면 대통령 선거와 같은날 재보궐선거를 치른다"고 알렸다. 

이는 201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선거법에는 대선이 있는 해의 상반기 재보선은 정상적으로 치르고, 상반기 재보선 대상지역 확정 후 발생한 지역에 대해서는 대선일에 재보선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연 2회 치르던 재보궐선거를 연 1회(4월 첫째주 수요일) 치르도록 했다. 단 대선이 있는 해는 위의 규정을 적용한다.

앞서 선관위 측은 "2016년 3월15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일어난 재보궐 사유에 따른 재보선은 오는 4월12일 치른다"고 공고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 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대선에 나서는 지자체장, 투표 30일 전까지 사퇴해야

이번 19대 대선은 보궐선거에 준해 진행된다. 대선 투표일로 5월9일이 유력시되는 만큼 4월9일이 지자체장직 사퇴 마감시한이 될 공산이 크다. 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공직자들 대부분 당내 경선 등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4월9일다 이른 시일에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내달 3일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확정했고, 한국당과 바른정당 역시 내달 초까지 후보를 옹립할 전망이다.

◆남은 임기 1년 넘어 재보궐선거 불가피 

재보궐선거 규정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거나 지방의회 의원 1/4 이상 결원이 생기지 않으면 생략 가능하다'라고 돼 있다. 부지사나 부시장이 권한대행으로 짧은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지자체장직 사퇴 마감시한으로 유력한 4월9일을 전제로 보면 남은 임기는 1년 1개월 24일이 돼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

13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종합상황실에서 지난 10일부터 제19대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는 선관위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긴급 전체 위원회를 열고 “선거절차를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국민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선거일이 최대한 빨리 확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짧은 선거기간, 대선에 파묻혀 누가 나오는지 모를 지경

광역시도 단체장은 '지방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대선에 버금갈 만큼 신중을 기해 적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때 지자체장 선거가 병행된다면 문제점을 낳을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대선과 지자체까지 후보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공약이나 정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부작용으로 꼽힐 수 있다"며 "후보 자체에 대한 판단이나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 선거를 급하게 치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기간이 채 30일도 되지 않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뜨거운 대선 열기에 자기 고장 살림을 맡을 후보가 누구인지, 그가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 관심을 덜 쏟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따라서 눈과 귀에 익은, 즉 지명도가 앞선 인물이나 정당을 보고 택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새 인물과 무소속 혹은 군소정당 후보에겐 절대 불리하다.

다만 이들 전문가는 대선과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어느 한쪽으로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정치학)는 "이번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경험했기 때문에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한 만큼 지방 공약과 정책 등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양 교수도 "대선과 함께 치르는 만큼 투표와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후보, 대선후보와 같이 4월 14~15일 등록

중앙선관위 측은 "지자체장 선거가 실시된다면 후보자들은 대선과 같이 투표일 24일 전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력한 투표일 5월9일을 기준으로 보면 후보 등록일은 4월14~15일 이틀 간이다.

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