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4 18:56:05
기사수정 2017-03-17 14:00:36
영역 확대로 문재인과 양강구도 노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범보수 진영으로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통합과 치유’를 내세우며 탄핵 사태로 무주공산이 된 보수층 껴안기에 나선 것이다. 당 경선 이후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강 구도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4월 5일 후보 선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손학규 전 대표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안 전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승복을 촉구하며 “통합은 공허한 슬로건이 아니다. 통합의 힘은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결정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국민의당 일부 의원과 오찬회동을 하던 중 “탄핵 이후 보수 진영 쪽에서 저를 지지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중도·보수 측 인사도 다양하게 접촉하고 있다. 김영삼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그중 하나다. 이 교수는 중도개혁의 대부로 불리는 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창설한 대한민국 국민포럼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물밑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1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한 9명의 서울시의원 중 현재까지 바른정당에 입당한 의원은 총 3명인데, 국민의당 소속 한 시의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는) 무소속 의원들은 안 전 대표를 주시하며 사태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실무진 차원에서 소통 확대를 위해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 인사를 기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캠프 관계자는 “과거(당적)는 묻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 지지모임 일부 임원진도 최근 안 전 대표 측 인사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 캠프에는 이미 지난 대선부터 활동한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내놓은 안보, 일자리 공약도 중도·보수층을 공략할 한·미동맹 우선주의, 민간 주도적 해결 방식이 중심이다.
|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4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자리 100만개 창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손 지사는 이를 통해 ‘저녁 있는 삶’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남정탁 기자 |
안 전 대표는 이날 당 선관위가 의결한 ‘4월 5일 후보 선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캠프 책임자들에게 일괄사표를 받으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조찬회동을 했다. 15일에는 김종인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와의 조찬 회동에 초청받았으며 16일에는 김종인 전 대표가 추진하는 제3지대 비문(비문재인) 주자 모임에도 참석을 검토 중이다. 안 전 대표와 박지원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에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대표 격으로 개헌연대 논의에 참여해 후보 확정 뒤 보폭을 넓히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이날 천정배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선언해 국민의당 경선 구도는 안·손 전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 3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