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밤에 도둑질하듯 사드 배치했다”는 親文 안보관

민간단체인 한반도평화포럼이 그제 ‘긴급 논평’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이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포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정책의 탄핵을 의미한다”며 “통일·외교·안보에서 덧쌓인 적폐는 특히 심각하다”고 했다.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는 막말도 쏟아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에게 부역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에게 줄을 서라는 것이나 진배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포럼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적폐’로 꼽았다. “외교가 국민의 이익에 직접적인 해악을 입힌 희대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드 배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 “소란스러운 국내 정세를 틈타 야밤에 도둑질하듯 무기(사드)를 가져다놓는 것은 동맹국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엄중한 심판’을 요구하기도 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뒷수습을 어찌 하려는지 모를 노릇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문재인 선거캠프의 국정자문단 공동위원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상임대표다. 그는 김정남 피습과 관련해 북한의 테러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외교·안보 고위직 출신과 진보 성향 학자 등 친(親)문재인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이 대선을 치르기도 전에 권력을 잡은 듯이 공직사회를 흔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문 전 대표가 당선된 뒤 이런 세력들이 준동한다면 나라가 어디로 굴러갈 것인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은 매우 위중하다. 북한은 최근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6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 현재 진행 중인 연례 한·미 연합훈련에는 핵항모 칼빈슨호 등 미군 전략무기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안보의 발목을 잡는 한심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남남 갈등을 부채질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