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갑론을박 정치권, 당리당략 접근 안 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5월9일 대통령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3당 원내대표와 국회 헌법개정특위 간사들은 어제 만나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단일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3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면 더불어민주당 개헌파와 함께 다음주 중 의원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다는 복안이다. 개헌안이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 의결되면 3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 여부를 확정한다.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개헌 카드는 성사 여부를 떠나 대선 정국에서 ‘반문(반문재인)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3당의 개헌 합의에는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다. TV 토론이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뜻을 묻고 수렴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탓이다. 어제 회동에서 한국당이 ‘대선 전 개헌’을 주장했지만 ‘대선과 동시 투표’로 결론이 난 것은 개헌 추진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배제된 개헌은 반문 세력의 결집 수단으로 비칠 수 있어 여론 지지를 받기 힘들다. 유력 대선주자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정치권 일각의 개헌 논의는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3당 합의를 즉각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개헌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리셋이 절실한 권력 체제의 개편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제왕적 권력’의 분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당인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때로 개헌 국민투표를 미루자는 입장이다. 문·안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금의 민주당 기류에 비춰 보면 그때 가서도 개헌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일”이라고 비꼬았다. 집권이 가장 유력한 정치세력이 뒷짐을 지는 상황이라면 개헌은 성사되기 어렵다.

개헌은 권력구조와 민주체제를 바꾸는 국가 중대사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아무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당과 유력 대선주자들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다 같이 힘을 모아야 개헌 호가 순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