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6 18:49:19
기사수정 2017-03-16 18:49:19
국내 외국인 투자금 ‘썰물’ 가능성 커/“금융 상황 봐야… 기계적으론 안 올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졌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16일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의 실물경제나 금융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총재는 그러나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불확실하고, 연준이 유가나 미국 정부의 정책 등에 따라 새로운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갖고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뒤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과 투자, 소비가 모두 얼어붙은 상황에서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추가 인하를 망설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미 간 금리차가 0.25%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우리가 계속 금리를 동결한 채 연준이 예고대로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금리 상단이 1.5%가 돼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를 추월하게 된다. 그럴 경우 국내 증시 등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금이 수익을 좇아 우리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국내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4월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단은 금리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려 한·미 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금리 인상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여러 가계부채 보완책을 쓰고 있고, 대선 후 새 정부가 재정정책을 마련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한·미의 금리 역전 때문에 결국 금리 인상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