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6 21:05:06
기사수정 2017-03-16 22:44:13
수출 가격경쟁력 강화 vs 신흥국 수출 위축/반도체 등 달러결제 전자제품/수출 호조에 환차익 효과까지/신흥국 경기·환율 민감한 업종/유화·철강·자동차는 피해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양날의 칼’과 같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라는 긍정적인 면과 자본유출을 겪게 되는 신흥국의 경기침체로 신흥국 수출이 감소하는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금리인상이 환율과 유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도 엇갈린다.
16일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이 알려지자 산업계는 미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정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신흥국 수출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김경훈 수석연구원은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이 우리 경제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행히도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신흥국의 성장세가 회복되고 세계 경기도 개선되면서 우리 수출도 4개월 연속 호조를 보였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대신흥국 수출이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흥국 경기 및 환율에 민감한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의 업종이 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과 해운은 외화 차입금이 많아 금리인상이 재무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외화환산손실이 상쇄되는 부분도 있지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타격이 커질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는 악재와 호재가 공존해 셈법이 복잡하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화로 결제하는 수출 비중이 큰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경제침체가 길어지면 신흥시장 판매비율이 높은 국산차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금리 인상으로 할부금융을 이용해 차량을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철강업계도 수출경쟁력은 상승하지만, 달러 강세로 인한 원료 수입가격 상승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전기전자는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반도체 등 부품의 경우 결제 기준 통화가 달러여서 달러화 가치 상승은 환차익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도체가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서 약 3000억원의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으면 스마트폰 등 IT제품 수요가 많아지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팔리지만, 규모가 큰 신흥국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부정적”이라며 “기술개발로 원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마케팅 측면에서는 경기가 좋은 미국 등의 수출 비중을 높여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협 김경훈 수석위원은 “산업계는 향후 신흥시장의 영향뿐 아니라 프랑스 대선 등 유로존의 정치적 이벤트로 인한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수출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미·정지혜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