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7 00:03:00
기사수정 2017-03-16 23:23:03
옛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의 대선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이 어제 끝났다. 9명이나 되는 정치인이 도전장을 냈다. 등록 인원으로 보면 어느 당보다 문전성시를 이룬 셈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예비후보 중에서 지지율이 두 자릿수인 주자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그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수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7.1%에 불과했다. 나머지 8명은 1%도 안 돼 도토리 키재기 식이다. 한국당 지지율은 11.7%로 2위 국민의당에게도 밀린 상태다. 의원 94명을 거느린 정당이 39명의 소수당에 뒤처진 것이다.
한국당의 추락은 갈수록 태산이다. 최근 ‘황교안 변수’가 사라지면서 보수와 진보 대선주자들의 경쟁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구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은 10%대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37.1%)를 비롯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은 60%대 중반으로 올랐다. 우려했던 ‘보수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진보의 독주는 향후 보수층 유권자의 투표 포기와 극단적 대결 정치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보수가 길을 잃은 것은 한국당의 잘못이 크다. 새누리당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분당 등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과 쇄신을 하지 않았다. 친박계 핵심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은 계파 다툼으로 인해 결국 당명을 바꾸는 얼굴 화장 수준에 그쳤다. 겨우 간판만 바꾼 채 종업원끼리 싸움만 벌이는 식당에 손님이 찾아올 까닭이 있겠는가. 그런 판국에 당 지도부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러브콜을 보내다가 여의치 않자 김황식 전 국무총리에게까지 손짓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보수 정당이 살아날 길은 뼈를 깎는 각오로 당을 쇄신하는 일이다. 근본적인 수술은 하지 않고 외부 인물을 영입해봐야 백년하청이다. 한국당을 비판하며 분당한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지도부 구성을 놓고 갈등하는 등 구태를 답습하다 보니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좀체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보수의 가치를 혁신하는 전면 수술이 절실하다. 그래야 보수에게 최소한 희망을 걸 기회라도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