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7 19:07:07
기사수정 2017-03-17 23:04:45
한국당 경선 레이스 시작 / ‘비전 발표회’ 태극기 집회장 변해… 인 위원장,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 / 홍준표 “범우파 모여 정권 만들자” / 김진태 “친박 주홍글씨 안고 갈 것” / 조경태 “의원 줄여 일자리 늘릴 것”
자유한국당은 1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경선 후보 9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전발표회’를 시작으로 경선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한국당은 각 후보 측에 100석씩 자리를 배정했으나 행사장 절반 가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태극기 부대’가 차지했다. 행사장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들은 ‘태극기 집회 아이콘’으로 불리는 친박(친박근혜)계 김진태 경선후보가 입장하자 일제히 환호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김 의원 이름을 연호해 행사장 전체가 태극기 집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함성이 멈추지 않자, 김 후보는 “15분 얘기하려고 1억원을 냈다. 1분에 700만원이 더 든다”며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반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태극기 부대는 “내려 와”라며 야유를 쏟아냈다. 김 의원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홍준표 후보가 연설 중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할때도 태극기 부대에서 야유가 나왔다. 결국 인 위원장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고, 식순에 있던 마무리 발언도 생략한 채 행사 직후 서둘러 자리를 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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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9명의 후보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비전대회에서 공정경선을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원유철, 신용한, 김진태, 김진, 김관용, 안상수, 이인제, 홍준표 경선후보. 남정탁 기자 |
비박계 홍준표 후보와 김진태 후보는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홍 후보는 “범우파 보수들이 다 모여서 정권을 만들면 ‘박근혜 정권 2기’가 아니다”며 사실상의 정권 교체론을 역설했다. 한국당 후보가 되면 바른정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뜻이다. 반면 김 후보는 바른정당 비박계를 가리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배신자들”이라고 각을 세웠다. 홍 후보는 또 “탄핵을 두고 당이 양분됐다”고 당의 단합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강경 친박, 친박 결사대, 친박 굴레’ 좋다. 그 주홍글씨 안고 가겠다”며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첫번째로 등장한 조경태 후보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237명으로 줄여 일자리 예산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원유철 후보는 “국가리더십 위기는 개헌으로, 안보 위기는 한국형 핵무장으로, 경제위기는 ‘유라시아의 큰길’로 극복하겠다”며 다짐했다. 신용한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 보수의 새 희망을 만들어내기 위해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태 후보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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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홍준표 경선후보가 공정경선 다짐 퍼포먼스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남정탁 기자 |
김진 후보는 “한국당의 시대정신은 좌파정권을 막고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필생의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김관용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문재인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수 후보는 “온 국민을 화합시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이인제 후보는 “불사조처럼 날아올라 위대한 대선 승리를 반드시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홍 후보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지도자들을 “극우 국수주의자들”이라고 규정한 후 “이 사람들하고 배짱 있게 맞짱을 떠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스트롱맨,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적격자라고 주장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