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8 15:33:58
기사수정 2017-03-18 18:43:52
“헌법재판소는 열사님들을 사망으로 몰았습니다. 언론들은 열사님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국회과 검찰은 열사님들의 생명줄을 끊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열사님들이 당한 고통만큼 반드시 되돌려줄 것입니다.”
18일 정오 서울 중국 대한문 앞 집회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추도사가 낭독됐다. 주최측은 친박(친박근혜)단체 모임인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한 10일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김모(72)씨, 이모(74)씨, 김모(67)씨에 대한 영결식과 추모제를 겸한 자리였다.
친박단체는 이들을 ‘열사’로 호칭했다. 친박단체 측은 추도사에서“함께 탄핵 각하를 외치던 이 곳은 그대로인데, 왜 우리는 열사님들을 사진으로만 볼 수 있나. 빼앗긴 열사님들의 고귀한 생명과 빼앗긴 애국심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너무나 억울해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열사님들, 우리는 살아남아 더 똘똘뭉쳐 파괴된 법치를 되찾고, 종북을 몰아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독교계 목사들 역시 대거 등판했다. 이들은 기도와 찬송가를 친박단체를 응원했다. 한 목사는 연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은 빛과 어둠의 싸움이고, 보수와 좌파 종북의 싸움”이라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집회 참가자 일부는 “맞습니다!”, “빨갱이들을 다 잡아죽여야 한다”고 호응했다.
친박단체는 추도사에서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흉으로 헌재, 언론, 국회 등을 지목했지만, 경찰의 판단은 다르다. 서울과학수사연구서에서 이들을 부검했더니 두 명은 특별한 외상이 없어 심장에 이상에 생겨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고, 다른 한 명은 또 다른 탄핵반대집회 참가자의 불법행위로 사망했다. 당시 다른 참가자 정모(65)씨가 경찰 버스에 멋대로 시동을 걸어 차벽차량을 들이받다가 경찰버스 뒤에 있던 소음관리차량 스피커가 떨어져 김모씨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곧바로 검거돼 구속됐다.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김기수 변호사는 “세 분의 사망자가 시위 현장에서 사망한 것은 광주사태 이후 처음이고 시위 현장에서 시민이 현장에서 즉사한 것은 6.10. 항쟁 당시 이한열 열사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사인과 관련해 “경찰차량 소음관리 차량 스피커가 이탈해 그 스피커에 충격되어 현장에서 사망했다. 경찰 장벽을 넘으려고 하다 사고를 당했다. 경찰차벽을 넘고 안국역 사거리를 거의 다 건너가 행렬 최선두에 서시다가 여러명이 넘어지면서 압사로 현장에서 돌아가셨다”고 주장했다.
정광택 국민저항본부 공동대표는 “양심을 던져버린 채 엉터리로 국민을 농락하는 세력에 맞서 항거하다 끝내 조국에 목숨을 바친 애국심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숙인다”며 “조국의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며 누구보다 앞장서셨던 뜨거운 나라사랑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도 흘렸다.
이날 주최측은 3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참가인원이 많지 않다며 대한문앞 인근 2개 차로만 통제했다. 이들 친박단체는 오후 3시30분쯤 대한문 앞에 재집결해 본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배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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