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19 22:00:08
기사수정 2017-04-11 16:38:28
좋은 삶의 철학 있으면 믿음·실천 가능
남다른 신념·열정이 성공 이끌어
“반걸음만 앞서 나가자.” 동대문 시장 한 평 매장에서 시작해 30여년 만에 매출 1조원의 기업을 일궈낸 패션그룹형지 최병오 회장의 좌우명이다. 사업이든 기술이든 너무 앞서나가면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실패하기 쉽고, 남들과 똑같이 나가면 경쟁이 치열해 살아남기 어렵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너무 앞서나가면 시기를 받기 쉽고, 교만해지거나 외톨이가 되기 쉽다. 평생 반걸음만 앞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이분은 이렇게 늘 반보만 앞서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영선반보(領先半步)의 철학을 실천해 온 것이 오늘날 성공의 원천이라고 말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분은 여러 명이 함께 걸을 때는 앞서나가지 않고 항상 반보 정도 뒤에 서서 걷는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절대로 앞줄에 서거나 가운데 서질 않고 뒷줄이나 옆자리에 선다. 본인이 주빈인 장소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억지로 가운데 세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모든 걸 반보씩 앞서나가는데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또한 반보철학의 실천이다. 잘나간다고 해서 대우를 받으려 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반보만 뒤에 서 있으면 모든 대인관계가 부드럽게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겸손을 기준으로 하면 이 역시 반보 앞서가는 것이다.
철강업종에서 사업을 하는 여성기업인이 있다. 체구도 별로 크지 않고 외모도 단아한 분인데 이 기업인의 별명은 ‘철의 여인’이다. 철강업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교류해 보니 이분의 집념이나 열정이 남다른 것을 알게 됐다. 남들 같으면 포기할 만한 일이 생겨도 이분은 ‘시작은 지금부터다’라는 각오로 업무를 추진해 오늘날 알찬 기업을 일궈냈다. 이 여성경영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눈에 확 띄는 글을 발견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그래서 왜 이 글을 써놓았느냐고 물어봤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어려움이 닥치는 게 당연한 거죠. 비바람 탓하지 말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좋은 성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늘 이 글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말은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문장인데 모든 것을 끌어안는 바다처럼 포용력이 있고 크게 생각하라는 의미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글이기도 하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성공하려면 누구나 좋은 철학이 있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철학이 반영된 좌우명을 가지고 있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좌우명이란 ‘늘 가까이 두고 스스로 경계하거나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다. 중국 한나라의 학자였던 최원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행실을 바로잡기 위해 글을 지어 자리 오른쪽 쇠붙이에 새겨놓은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좌우명을 정해놓고 꾸준히 실천해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좌우명이 있으면 믿음이 생겨 마음이 든든해진다. 꾸준히 실천이 가능해지고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다.
인생을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항해에 비유하기도 한다. 성공적인 항해를 위해서는 항법장비뿐만 아니라 좋은 좌우명이 필수조건이 아닐까 싶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