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위기의 중3’… 학교폭력 피해 가장 취약

명지대 연구팀 청소년 2312명 4년 추적 조사
청소년 가운데 중학교 3학년생이 학교폭력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3 시기 학교폭력 피해를 겪으면 대인관계에 불안감과 자존감 하락, 우울 등 심리적 부적응 정도가 다른 학년보다 컸다. 중2 때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1년 뒤인 중3 때 최고조에 달했다.

이은경 명지대 교수(청소년지도학) 연구팀은 청소년 2312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4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를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 아동·청소년패널조사 2∼5차연도(2011∼2014년) 자료를 토대로 중2∼고2 시기의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각각 같은 해(동시효과)와 1년 뒤(지연효과) 학교적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3 때 학교폭력 피해를 겪은 학생은 같은 해 집중력 저하나 성적 하락, 지각, 결석, 교칙 위반 등 학교적응에 일정 부분 문제를 노출했다. 연구팀은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당해 학교적응에 끼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한 결과 ‘-0.037’이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수치가 클수록 악영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동시효과는 중2(-0.012)와 고1(-0.027), 고2(-0.021) 시기 학교폭력 피해 학생보다 최대 3배 컸다.

이 교수는 “고입을 앞둔 중3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학교폭력이라는 부정적 경험을 계속 떠올리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중2 학생들은 다른 친구와의 대화 등으로, 고1·2생은 인지적·정서적으로 성숙해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의 부정적인 지연효과(트라우마가 고조되는 시기)가 나타나는 시기도 중3 때였다. 중2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다음 학년(중3)의 학교적응에 유의미(-0.045)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중3→고1’ 지연효과는 -0.026, ‘고1→고2’은 0.003으로 낮아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이응택 강사는 “학교폭력 피해 중학교 2학생은 그해보다 3학년 때 더 학교적응에 곤란을 겪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3 이후에서 지연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고교 진학으로 가해학생과 떨어지게 되고 고교생은 학교적응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청소년들이 어느 시점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느냐에 따라 대처 프로그램이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중학교 3학년의 경우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나 교사가 즉각 개입해 2차 피해를 방지해야만 학교적응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학교 2학년의 경우 즉각적 개입뿐만 아니라 학년이 바뀐 뒤에도 멘토링이나 동아리활동, 전문상담 등 지속적인 관심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교생의 학교적응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요인은 교사와의 관계”라며 “입학 초반 교사와의 개별 면담으로 신뢰 있고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고 스트레스 대처나 대인관계 훈련 등 집단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한국청소년연구’ 최신호(제28권 제1호)에 실렸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