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코미 국장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하나

“트럼프 캠프·러 내통 수사 중” 밝혀 / 트럼프 치명상… 민주 탄핵설 제기 / 클린턴 측 ‘이메일 스캔들’ 수사 관련 / “트럼프와 다른 잣대 적용” 분노 미국 정치권에 ‘초대형 폭탄’에 준하는 증언을 했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여야로부터 눈흘김을 받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코미 국장은 전날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사이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선 기간 러시아와 내통했을 가능성을 내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타워 도청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코미 국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러시아 관련 의혹은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자 민주당 일부에서는 ‘탄핵설’도 다시 제기됐다.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탄핵 준비 태세”라는 글을 남겼다. 러시아와 내통한 처지에서 있지도 않은 전직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가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당이 한껏 고무된 듯하지만 정작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의 코미 국장을 향한 분노감이 컸다는 게 폭스뉴스의 분석이다. 클린턴 전 장관 측은 코미 국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코미 국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은 대선 당시 수사종료, 재수사, 수사종결 방침을 오락가락하며 그녀에게 타격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논란은 선거 과정에서 파악했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진 이후 2개월 만에 증언하며 모순을 드러냈다. 코미 국장의 하원 정보위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오바마 도청’ 논란에 FBI를 주체로 끌어들인 점에 분개했기 때문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의감 측면보다는 FBI가 도청기관의 오명을 쓰는 것을 볼 수는 없다는 코미 국장의 조직 보호심리가 발동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