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도 중동발 항공기 전자기기 반입 금지

美 “알카에다 폭탄기술 현실화” / “화물칸 실어도 위험”… 전문가 황당 미국에 이어 영국도 중동에서 오는 항공기에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가 전자기기 배터리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을 최근 현실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발물이 숨겨진 전자기기를 화물칸에 실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고 있어 테러 대응이 목적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지부(AQAP)가 전자기기와 배터리에 폭발물을 숨기는 기술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 미국과 영국이 일부 항공편에 조치한 전자기기 기내 휴대 금지를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예멘에 근거지를 둔 AQAP는 세계 최악의 폭탄 제조전문가 이브라힘 알아시리가 속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노트북 배터리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숨길 수 있는 폭탄을 개발하고 있어 미국과 영국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국토안보부는 요르단·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모로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8개국의 10개 공항에서 운항하는 9개 항공사를 대상으로 미국 직항편에 대한 일부 전자기기의 기내반입을 금지했다.

이어 영국 교통부도 이날 터키·레바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튀니지 6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항공편에 대해 ‘16.0×9.3×1.5㎝’ 크기를 넘는 전화, 노트북, 태블릿 등의 기내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프랑스와 캐나다, 독일 등도 이번 테러 정보를 공유했지만, 미국·영국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보안 및 대테러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버클리) 국제컴퓨터과학연구소의 니콜러스 위버 연구원은 “폭발물이 숨겨진 노트북을 화물칸에 실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고, 스마트폰의 위험성도 같은데 이번에 금지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