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구직자에 생계비… 또 ‘응급처방’

현 정부 10번째 대책도 ‘땜질’ 지적 / 미취업 고졸 저소득자 5000명 대상 / 年300만원 지원 … 햇살론 한도 확대 / 창업 청년층 입대연기 조건도 완화 / 조기 대선 국면에 관료들 몸 사리기 / 새로운 정책보단 ‘그 밥에 그 나물’ / 노동시장 개혁 외면 정치권도 책임 정부가 22일 또 청년고용 대책을 내놨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열 번째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 그간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책을 다 모아 밥상에 올렸는데 정작 손이 갈 만한 반찬은 변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노동개혁 3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처리 외면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과감한 정책 추진을 꺼리는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빚은 합작품이다.

일자리 찾는 전역 예정 장병들 전역 예정 장병들이 2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전역예정장병취업박람회에서 취업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부스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고양=서상배 선임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8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청년고용대책 점검 및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저소득층과 장기실업자 등 취업 취약 청년층의 구직활동 및 취업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미취업 고졸 이하 저소득 청년에게 구직활동을 위한 생계비를 1인당 최대 300만원 지원하는 것이다. 고용센터에서 추천을 받은 고졸 이하 학력의 만 34세 이하 청년 가장과 1인 가구 청년 최대 5000명을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29세 이하 청년과 대학생 햇살론의 생계자금 한도는 현재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리고, 거치 및 상환기간도 각각 2년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창업을 한 청년층이 군대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조건도 대폭 완화한다. 현재는 벤처나 창업경진대회 3위 이상 입상 후 창업한 기업 대표만 최대 2년간 연기된다. 앞으로는 정부 창업사업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정부 창업경진대회 본선 이상 수상하는 경우, 벤처캐피털 투자실적이 있는 경우에도 입대를 늦출 수 있다.

정부는 청년층이 취업을 꺼리는 중소기업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중기에 근무할 경우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을 확대하고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에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청년·대학생 햇살론 생계자금 금리 0.2%포인트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지원사업인 항공 전문인력이나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 프로그램에도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 청년을 25~30% 우선 선발하고, 장애인 대상 공공 일자리 1만6350개 가운데 30%도 청년 몫으로 떼놓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기존 청년고용 대책을 체감도 높은 과제를 중심으로 보완해 청년들의 고용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간의 수많은 대책에도 사상 최악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백화점식 대책을 또 퍼부은 것인데 실효성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이후 내놓은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총 1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청년 중 장기실업자와 구직단념자가 급증하면서 일할 의지를 잃고 아예 구직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1600명 늘어난 36만2000명을 기록, 4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민간의 기업이 아닌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효율성도 낮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사업 심층평가의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 해 15조원 이상인 정부의 일자리사업이 목적이 불분명한 곳에 재원이 쓰이거나 정부 주도 관행에 막혀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정치권이 근본적인 노동시장 개혁 노력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소신 없는 정부와 책임감 없는 정치권의 합작품인 셈이다. 조기 대선 국면이라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책이 쏟아질 것이 뻔한 만큼 약발 있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정치권도 노동개혁 3법의 국회 처리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이던 노동개혁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이번 정권을 넘기게 됐다.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3·4월 임시국회 개의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