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층에게는 결혼이 '기회비용'으로 작용해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소득과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을 안 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남성은 소득이 높고,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았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보고서는 2000∼2002년 당시 만 24∼28세였던 미혼 남녀 734명을 2015년까지 추적, 결혼 결정 과정에서 소득과 직업적 안정성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계량분석 결과 소득은 결혼 확률에서 '마이너스(-)' 변수였다. 즉,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소득 높을수록 결혼 확률 낮아진다
보고서는 "결혼시장의 관점에서 '선택적 결혼'을 하지 못할 경우 결혼은 비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에서 선택적 결혼이란 재무적, 감정적 능력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직업적 안정성이 결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연령계층은 26세 이하였다. 이 계층에서는 자기 직업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면 결혼할 확률이 높았다.
보고서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결혼을 하지 않은 집단이 어떤 경제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인지도 확인했다.
분석 대상자 734명 가운데 2015년 현재 기혼자는 560명, 미혼자는 174명이었다.
미혼자 교육수준은 여성이 9점 만점에 6.29로 남자 5.72보다 높았다. 여성 집단에서는 미혼자 학력수준이 기혼자보다 좋았고, 남성 집단에서는 기혼자가 더 높았다.
◆고학력 여성·저학력 남성, 미혼으로 남을 가능성 높아
다시 말해 여성 내에서는 고학력이, 남성 내에서는 저학력이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소득도 남녀 모두 미혼자가 기혼자보다 많았다.
보고서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높이기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인적자본 투자 기간이 과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출산율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며 "배우자를 찾는 기간을 줄이고 결혼시장에서 이탈하는 계층의 비중을 낮추는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여성의 고스펙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라 이들의 스펙이나 눈을 낮추게 해야한다는 주장을 펴 물의를 일으킨 보사연 연구자가 결국 보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사연 측은 “부적절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행하는 모든 연구에 대해 보다 세심한 검토와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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