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저를 바꿔야 합니다.”
이모(19)군의 고백은 계속됐다.
“사실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제하고, 나쁜 것들은 멀리하고 살 겁니다. 부모님께도 죄송합니다.”
지난 23일, 고봉중·고등학교(경기도 의왕시 소재) 교실에서 만난 남학생이 기자에게 이같이 털어놨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금세 나온다. 이곳은 서울소년원이다. 9호(수용 기간 6개월 이내), 10호(수용 기간 2년 이내) 처분을 받은 남학생 200여명이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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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인 학생들. 고봉중·고등학교 제공. |
전국에는 학교 명칭을 복수로 사용하는 소년원 총 10곳이 있다.
법원 소년부 판결에 따라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내 보호처분을 받은 만 10~19세 소년들이 생활한다.
‘보호처분’은 법원 소년부 판사가 소년보호사건을 심리한 결과 국가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처분과 달리 소년의 장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은 밝히고 있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한 목요일은 학생 전체가 심리치료 수업에 참여하는 날이다. 반드시 1개 이상 심리치료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감수성 훈련’ ‘영화치료’ ‘미술치료’ ‘또래상담’ ‘자아성찰’ 등 다양한 수업이 여러 교실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3월을 기준으로 이군은 11개월째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올 6~7월이면 나갈 거라는 그는 “앞으로는 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수고하십시오”라는 말과 교실을 떠난 그의 다짐이 지켜질지는 본인 의지에 달렸다.
이군은 방금 감수성 훈련 수업을 마치고 소감을 밝히던 참이다.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내 마음과 만나는 시간이다.
3월부터 시작, 이날 4회차를 맞이한 수업 주제는 ‘마음의 상처와 병’이다. 말, 행동 그리고 주위 환경 등 마음에 상처 주는 요인을 알고 자기 경험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마음의 상처가 생기는 과정을 이론으로 다룬 게 1부라면, 2부는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진진가(진짜, 진짜, 가짜) 게임’으로 시간이 채워졌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진짜 경험 2가지와 가짜 1가지를 써서 발표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발표자가 밝힌 세 가지 항목 중 가짜 하나를 가려내야 한다. 조별 수업으로 진행되며, 나중에 가장 많이 맞힌 조원들에게는 초콜릿이 보상으로 지급된다.
수업 참여 인원은 20명이 안 됐다.
‘나는 잘생겨서 욕을 먹은 적 있다’ 등 다소 장난기 섞인 발표가 나올 때는 학생들이 웃기도 했지만, ‘부모의 이혼’이나 ‘잦은 폭력’ 등이 들릴 때는 사뭇 분위기가 진지했다. 비슷한 경험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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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진행되는 교육관 전경. 고봉중·고등학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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