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대]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원·달러 환율 향방에 달려

주식시장에 봄이 찾아왔다.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사상 최고치 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앞으로 중대한 고비가 남은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세는 어떤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3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시장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위험자산 선호 강화와 더불어 미국 달러화 반락 속에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세 유입이 다시 원화 강세를 이끄는 현상이 반복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중심의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가파른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지만, 단기적으로 증시 수급 측면에서는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 자금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4월 실적발표 시즌 진입 전까지 당분간 외국인 자금 향방과 관련한 주요 변수는 원·달러 환율 움직이라고 생각한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투자정보팀 팀장
환율 측면을 점검해 볼 때 우선 달러화 지수는 최근 심리적 지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트럼프노믹스’ 기대 속에 강한 랠리를 보이던 달러화가 최근 약화하고 있는 주요 배경은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 실망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 개혁법안인 트럼프케어 법안이 의회처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성장 정책 이행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 원화 가치는 최근 다른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 강세 배경에는 달러화 약세의 영향도 있지만,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차기 정부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특히 4월 발표 예정인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보호무역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털(기초여건)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 분위기, 신정부 정책 기대, 4월 환율보고서 경계심리 등이 원화 가치 강세 흐름을 유효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 변화가 없다면 대형주 중심의 시장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투자정보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