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학가의 원룸 월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 대학 주변은 공실(空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가 주변에 원룸이 대거 신축됐고, 대학 구조조정 여파로 국내 대학생과 중국인 유학생까지 줄어들면서 지방 대학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서울, 세입자들 아우성…지방, 집주인들 곡소리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다방'을 운영하는 업체인 '스테이션 3'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전국 대학가 50곳 가운데 서울권의 월세와 보증금은 각각 49만원과 1450만원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다방에 등록된 전국 매물 16만건 중 월세 매물이 많은 대학가 주변의 33㎡(구 10평) 이하 면적의 원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월세와 보증금 모두 가장 비싼 서울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비용 부담이 큰 월세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이고 부모까지 '등골이 휜다'고 곡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 광주를 포함한 전라도가 월세 32만원, 보증금 332만원으로 가장 쌌는데, 이와 비교해 서울은 각각 17만원과 1118만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월세가 가장 비싼 대학가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일대로 평균 72만원인 반면, 대전 서구의 배재대 인근은 27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들 지역 간 45만원의 격차가 날 정도로 월세 양극화가 깊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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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대학가 주변 도로의 알림판에 전·월세방을 알리는 전단을 붙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반면 지방 대학가는 새 학기마다 세입자 유치전을 치르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역(逆)월세난'마저 심각한 형편이다. 새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자칫 방을 빼려는 전 세입자에게 보증금마저 돌려주지 못할 처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최근 신규 오피스텔이 들어서고, 학생 유치를 위해 대학들이 기숙사 증축에 나서면서 학생들이 노후 원룸이나 하숙집을 기피하는 현상이 깊어져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노후 원룸들은 월세를 반값으로 깎아주거나 보증금을 아예 안 받는 등 파격적인 유인책을 내놓고 있으나, 비용보다 주거환경을 더 중요시하는 20대 젊은층의 마음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CCTV 등 첨단장비, 지능적인 얌체 쓰레기 투기족에게는 '무용지물'
한편 대학가 원룸촌에는 이렇게 어렵게 방을 잡아도 쓰레기 문제로 해마다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 지역에서는 개강 때마다 '쓰레기 비상'이 되풀이되는데, 일반 봉투에 담아 몰래 버리는 무단 투기가 끊이질 않는 탓이다.
행정관청마다 통·반장을 통해 '청결 캠페인'을 벌이고 단속용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지만, 무단 투기 쓰레기 양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인체 감지 CCTV 등 첨단장비도 지능적인 얌체 투기족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게 행정관청의 하소연이다. 감시망을 피해 인적이 드문 다른 곳에 몰래 버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일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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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인근에서는 생활쓰레기 무단 투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끊임없이 거듭되는 생활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방지책이 나오고 있으나, 시민의식 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가에는 특히 건물주가 살지 않는 원룸 건물이 많은 점이 쓰레기 문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산다. 보통 건물주가 자체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주인이 살지 않는 원룸은 이를 거의 지키지 않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무더기로 차에 실어 인적이 뜸한 후미진 변두리에 몰래 갖다 버리는 파렴치한 시민들도 있다. 구청별로 매년 2∼3건씩 덜미가 잡히는데, 건당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적발 횟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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