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내통·정권 인수위 사찰 논란… 트럼프 사면초가

사위 쿠슈너 러시아 내통 관여설/상원정보위 조사 예정… 특검 요구도/정권 인수위 사찰 주장 누네스 의원/백악관과 사전 조율 정황 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좀처럼 정치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 중지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기 실패로 국정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러시아 내통’ 의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찰’ 논란에 측근들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권으로부터 ‘엉망진창’을 물려받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정작 상황을 어렵게 하는 이들은 그의 주변 인물들이다.

2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상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조사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상원 정보위의 조사를 받게 됐다. 사진은 쿠슈너(왼쪽)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 초청 모임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미소 짓는 모습.
워싱턴=AFP연합뉴스
쿠슈너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의 산업은행 브네셰코놈방크(VEB) 대표를 트럼프 정부 출범 전에 만난 것을 청문회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다. 쿠슈너는 지난해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함께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났다. 이어 그의 주선으로 지난 1월 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과 만났다. VEB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무부는 제재 대상 은행과의 금융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원 정보위가 백악관에 쿠슈너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포린폴리시(FP)는 상원 청문회에서도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다. 현직 대통령의 사위이면서 권력 실세인 쿠슈너의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과거 이란-콘트라, 워터게이트 스캔들 조사 때처럼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꼭두각시’ 논란을 야기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바마 정부의 정보기관들이 트럼프 정권 인수위의 정보를 수집해 전파했다고 기자들에게 주장했다. 당시 누네스 위원장은 다른 정보위원들과 논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가 발표 전날 밤 백악관을 방문해 정보를 건넨 인물을 만났다는 점이다. ‘백악관-누네스 커넥션’ 논란이 불거진 이유이다. CNN방송은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 영내에서 ‘정보원’을 만난 장면이 목격됐고, 그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정보를 검토할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백악관 내에서 정보원을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누네스 위원장이 백악관을 비밀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이나 정권 고위층과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이는 일주일 전 37%에 비해서도 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