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28 18:39:05
기사수정 2017-03-28 21:19:49
청소년 수당·입원비 전액지원 / 대선주자들, 구체적 방안없이 앞다퉈 ‘포퓰리즘 공약’ 남발 / “전반적 증세없인 실현 불가능”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해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날로 심각해지는 실업난과 소득 격차, 저출산·고령화 등의 늪에 빠져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거나 그런 위기에 처한 사람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더 이상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재기할 수 있도록 ‘단단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당의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복지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다.
진보·보수진영 후보 할 것 없이 유권자의 귀가 솔깃할 만한 내용들로 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복지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면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물음표를 단 ‘포퓰리즘’ 공약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의 복지공약은 적용 대상과 성격이 보편적인지 선택적인지를 떠나 대체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부문의 대표적인 공약만 봐도 그렇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경선후보의 ‘치매 국가책임제’를 비롯해 같은 당 안희정 후보의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금 10∼20% 적용’, 이재명 후보의 ‘18세 이하 입원비 전액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 측도 ‘공공·무상의료 강화’에 방점을 둔 공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과 청년, 노인 등에게 일정 생활비나 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른바 아동, 청소년 수당 등 기본소득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이 후보를 중심으로 문 후보도 각론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검토 중이다.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유 후보도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현금 지급을 확대하는 공약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약을 어떻게 집행하고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
증세가 불가피할 만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들임에도 증세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거나 증세 방안을 내놓은 후보도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대선 때부터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쳐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던 박근혜정부와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인하대 윤홍식 교수(사회복지학)는 “대선 주자들의 복지공약은 전반적인 증세 없이는 실현불가능하다”며 “박빙의 승부였던 지난 대선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모든 후보가 복지 확대를 외치고 있는 만큼 각 당이 증세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