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3-28 22:01:31
기사수정 2017-03-28 22:01:31
유승민 대선후보 기자회견/원칙·명분있는 단일화 강조… 조건 제시/“한국당, 인적 청산하면 생각해볼 수도/ 홍준표, 1심서 1년6개월 유죄 받은 사람/ 국민의당, 사드 반대 당론 입장 바꿔야”
성급한 단일화 추진땐 협상서 불리 판단
“제가 단일화를 하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바른정당 후보로서 거기에 목을 매달고 쳐다볼 생각은 전혀 없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후보선출대회 후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면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도 했다.
유 후보는 원칙과 명분 있는 단일화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단일화 조건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향해서는 “문제가 상당수 있는 분들”이라며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이 당연히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단일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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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19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부인 오선혜 여사, 딸 유담 씨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선 “홍 후보는 1심에서 1년6개월의 유죄를 받은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된 다음에 법원에 재판을 받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시급한 안보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당 아니냐”며 사드에 대한 입장 변화를 단일화 조건으로 내세웠다.
유 후보가 이같이 범보수진영 단일화에 대해 신중론을 편 것은 성급한 단일화 추진이 자칫 ‘중도 포기’로 내비쳐 단일화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놓고 불거진 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당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본선 무대에 오른 유 후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진박들이 저에게 씌워놓은 올가미가 너무 질겨서 그동안 고전을 많이 했다”며 “당이 일심동체가 돼 우리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첫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의 지지율 제고가 절실하다. 유 후보는 한 유명 광고의 멘트를 빌려 “유승민이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다”고 농담을 한 뒤 “대구에는 괴롭게 입 다물고 사는 분들이 많아 대구에서의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대주주인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 재정립도 숙제다. 김 의원은 그동안 유 후보보다는 다른 대선주자군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 유 후보는 “김 의원도 계파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워한다”며 “저와 김 의원과의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의원단 만찬에서 김 의원을 업으며 화합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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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대통령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남경필 후보와 손을 들고 있다. 이재문기자 |
이날 선출대회에서 유 후보와 패자인 남경필 후보는 서로를 칭찬하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남 후보는 “유 후보와 손잡고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고, 유 후보는 “남경필 동지가 자랑스럽죠? 사랑하시죠?”라고 화답했다. 유 후보 선출이 발표되자 두 사람은 함께 무대로 올라가 손을 번쩍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도형·이재호 기자
scope@segye.com